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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양해’ 받고 미국 가는 김영철…그래서 워싱턴 아닌 뉴욕으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지금 뉴욕으로 오고 있다. 나의 서한에 대한 믿음직한 응답이다. 고맙다”고 밝혔다. 김영철은 29일 오후엔 워싱턴행, 30일 오후 뉴욕행 등 항공편 예약을 서너 차례 바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최종 결정된 행선지는 뉴욕이다. 이유가 뭘까.

29일 오전 중국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서 포착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AP=연합뉴스]

29일 오전 중국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서 포착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AP=연합뉴스]

 김영철의 뉴욕행은 우선 북한 유엔대표부의 지원을 받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 직원들이 많은 뉴욕부터 찾아 업무 협의와 지원을 받은 뒤 워싱턴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제재 대상인 김영철이 미국의 심장부인 워싱턴으로 곧바로 향하는 것에 대해 미 정부의 부담이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영철은 한국과 미국, 호주, 유럽연합(EUㆍ28개국) 등 31개국의 제재 대상이다. 미국은 2010년 8월 김영철을 독자 제재 대상에 올렸다. 당시 정찰총국장이었던 그가 재래식 무기 거래에 관여했다는 혐의였다. 정찰총국도 함께 명단에 올렸다. 한국은 2016년 3월 김영철을 제재했다. 당시 김영철은 통일전선부장 직책을 맡고 있었지만 명단에는 ‘전 정찰총국장’으로 기재됐다. 정부는 김영철이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연루됐다고 밝혔다. 2016년 안보리 결의 2270호 제재 대상에 오른 김영철은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 대표로 동명이인이다.

 한국과 미국의 독자 제재는 모두 금융 제재로, 자산 동결과 금융거래 금지 등의 조치가 부과된다. 여행 금지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김영철의 미국행에 직접적인 제재 위반 문제는 없다. 다만 김영철이 미국에서 돈을 쓰게 되면 금융거래 금지 위반이 되나 미국은 이번에 그 정도는 용인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평창겨울올림픽 기간중 김영철이 방한했을 때 그가 천안함 폭침 사건의 배후로 지목됐기 때문에 방한 반대 국민청원이 진행되는 등 국내에서 정서적 반감이 컸다. 김영철이 협상 파트너로 나서기 시작하면 김영철 개인에 대한 국제 사회의 제재가 약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과 제재’을 주도했던 미국의 내부 여론도 김영철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미 정상회담 성사가 급선무이기 때문에 미국 정부도 김영철의 뉴욕행을 문제삼지 않는 분위기다.

 29일(현지시간)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김영철은 미 재무부가 공개한 제재 대상인데 뉴욕으로 오기 위해 특별 면제(special waiver)를 받은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 정부의 규정에 따라 필요한 모든 절차들을 사실상 다 밟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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