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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표 홈쇼핑 … 20만원짜리 셔츠 순식간에 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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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동대문의 한 스튜디오에서 판매 대행업체 소속 진행자가 스마트폰을 이용해 생방송 판매를 하고 있다. 중국 소비자가 방송을 보며 궁금한 점을 화면에 입력하면 진행자가 바로 답변해 준다. [김상선 기자]

동대문의 한 스튜디오에서 판매 대행업체 소속 진행자가 스마트폰을 이용해 생방송 판매를 하고 있다. 중국 소비자가 방송을 보며 궁금한 점을 화면에 입력하면 진행자가 바로 답변해 준다. [김상선 기자]

“会不会太短了? 你和我的个子差不多所以肯定能穿” (너무 짧지 않냐고요? 저랑 키가 비슷하니 충분히 입을 수 있어요.)

중국 오픈마켓에 스마트폰 생중계 #4시간 방송에 최대 1000만명 시청 #원하는 옷 바로 보여주고 즉석문답 #판매 대행업체 통해 현재 60곳 참여

지난 16일 오후 8시 서울 동대문시장의 한 패션 도매 쇼핑몰. 4층 한 켠에서 두 여성이 삼각대 위에 세워진 스마트폰을 보며 중국어로 쉴 새 없이 이야기하고 있다. 이들 뒤엔 원피스와 바지·블라우스 등이 빼곡히 걸려 있다.

원피스를 입고 있던 한 명이 스마트폰 화면을 보더니 어디론가 사라진다. 진행자는 니트와 바지로 갈아입고 다시 등장해 이야기를 이어간다. 조금 뒤 “방금 2명이 이 옷을 샀다”는 말이 들린다.

동대문 패션업계에 ‘V(비디오)-커머스’ 바람이 불고 있다. 동영상을 활용한 전자상거래를 뜻한다. 지금까지 국내 V-커머스가 미리 만든 영상을 활용하는 수준이었다면, 동대문의 V-커머스는 인터넷 생방송이 핵심이다.

이들은 국내가 아닌 13억 중국 소비자를 겨냥한다. 스마트폰과 인터넷만 있으면 가능해 비싼 수수료를 내거나, 고가 장비를 동원해야 하는 홈쇼핑보다 훨씬 수월하다.

동대문 라이브 방송의 플랫폼은 중국 ‘타오바오 쯔보(淘宝直播)’다. 타보바오는 중국의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오픈마켓으로, 이용자만 5억 명이 넘는다. 개인과 개인이 거래하는 방식인데 이 시장의 90%를 타오바오가 장악하고 있다. 2016년 타오바오 안에 생긴 실시간 방송코너 쯔보는 4시간 방송에 최대 1000만명이 들어올 만큼 중국 내 반응이 좋다. 인터넷 유명인을 뜻하는 ‘왕훙’ 중 한 명은 2시간에 33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동대문 패션업계의 ‘V커머스’ 활용법

● 녹화 아닌 스마트폰 생방송
● 중국의 ‘타오바오 쯔보(淘宝直播)’ 플랫폼 활용
● 타오바오에 온라인 상점 둔 대행업체 통해 판매
● 실제 오프라인 매장이나 별도 스튜디오에서 방송
● 고객이 궁금한 점 실시간 질문 … 판매자 바로 답변
● 요일별 편성표 짜서 하루 3~4개 업체 참여

동대문 패션이 쯔보에 진출하는 방식은 대부분 판매 대행업체를 통해서다. 대행 업체가 이들의 물건을 대신 방송하고 판매와 배송까지 담당한다. 한국에서 개인 사업자가 쯔보에 입점하려면 절차가 매우 까다로운 데다 100만개 이상의 상점 사이에서 경쟁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규모 쯔보 판매 대행업체인 DMI컴퍼니는 타오바오에서 상점을 운영하던 중 사드 보복으로 한국 옷을 팔기가 어려워지자 라이브 방송을 돌파구로 택했다. 2016년 초 백화점 여성복 브랜드를 대상으로 시작했던 인터넷 방송을 올해부터 동대문까지 확장했다.

한재진 DMI컴퍼니 대표는 “중국에선 인터넷 라이브 판매가 이미 익숙한 상황이었고, 사드 이후 광고가 제한돼 이 전략을 택했다”고 말했다.

DMI가 판매 대행을 맡은 동대문 옷가게는 DDP패션몰(구 유어스 쇼핑몰) 340여개 점포 가운데 60곳이다. 하루 9시간 반, 일요일을 빼놓고 매일 방송하는데 주로 밤에 동대문의 스튜디오나 개별 매장에서 방송을 한다. 업체가 고용한 진행자가 요일별 편성표에 맞춰 방송하고 보통 하루에 3~4개 동대문 매장이 참여한다. 매출은 하루에 1500만원 정도다.

인터넷 라이브 판매는 눈에 보이는 자세한 정보가 장점이다. 방송을 보던 고객들이 궁금한 점을 올리면 방송창에 실시간으로 질문 내용이 뜨고, 판매자는 바로 답을 해준다. 옷의 가슴둘레를 물어보면 줄자를 들고 직접 측정하거나 다른 색상을 보여 달라면 갈아입는 식이다.

박정규 DMI 컴퍼니 방송신사업 대표는 “중국 소비자들은 소위 ‘짝퉁’에 대한 불신이 깊다”며 “제품을 그 매장에 가서 실시간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오프라인 수준의 신뢰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윤관섭 DDP패션몰 상인회 자문위원은 “의류 도매사업은 보통 계절을 앞서 파는데 라이브 인터넷방송을 하면서 동대문 가게들이 상품을 팔 수 있는 기간이 길어졌다”고 말했다. 원동력은 한류다. 동대문 한 신진 디자이너가 만든 셔츠는 한장에 20만원이었지만 슈퍼주니어 김희철이 입은 옷이라는 타이틀로 방송 시작과 거의 동시에 준비한 수량이 다 팔렸다. 타오바오에서 파는 옷이 3만~4만원대가 보통인 점을 고려하면 라이브 방송이 끌어내는 구매력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업계에선 이런 플랫폼이 새 판매 창구를 열어주고, 아직 낮은 한국 의류의 인지도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재진 대표는 “우수한 품질의 옷을 소개해 한국 옷의 브랜드 파워를 올리는게 중요하다”며 “향후 베트남 등 다른 지역까지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나현 기자 kang.na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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