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말하는 비핵화, 내용 불분명 … 중국, 사드 다시 제기하는 날 올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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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자칭궈. [연합뉴스]

자칭궈. [연합뉴스]

“단박에 비핵화를 끝내자는 미국의 해법은 현실성이 없고, 북·미의 기대치에 큰 격차가 있다.”

북핵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 ⑧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 #미국의 ‘단박에 비핵화’ 현실성 없어 #주한미군 주둔은 중국도 반대 입장

중국의 권위있는 국제정치학자인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이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낙관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북한에 훈수를 두고 있는 중국의 생각을 읽기 위해 자 원장과 두 차례 인터뷰했다. 다음은 요지.

비핵화 방식의 차이가 현재 드러난 가장 큰 쟁점인데 좁혀질 수 있을까.
“미국은 영구적이고 검증가능한 방식으로 하되 그것도 즉시에 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단박에 비핵화란 목표점에 도달하고(一步到位) 한 번의 수고로 영원히 편해지는(一勞永逸) 방식이다. 그러나 김정은은 단계적 진행을 원한다. 문제는 ‘단계의 길이’에 있다. 너무 길면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다. 때문에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더라도 담판을 거쳐 합의에 이를 때까지 갈 길이 멀다.”
비핵화 방식에서 중국은 북한 편인가.
“북한이 ‘단박에 비핵화’를 받아들이는 방안은 현실성이 없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하려면 그들이 가진 걱정은 풀어줘야 한다. 북한이 한걸음 한걸음 비핵화 행동을 하면 관련국가들이 (그에 상응하는) 제재해제와 안전보장 등의 조치를 해 나가면서 최종적으로 비핵화를 완성하자는 것이다. 이 점에선 한국 정부도 중국과 상당히 비슷한 입장인 것으로 안다. 정작 미국은 북한의 핵포기를 고무하기 위한 조치를 아직 내놓은 게 없다.”
김정은의 비핵화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는 시각에 대해선.
“나 역시 그의 본심을 알고 싶다. 김 위원장은 두차례 중국 방문에서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비핵화 유지를 계승하고 비핵화를 실현시키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걸로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선 도대체 비핵화가 무엇이냐는 점이다. 비핵화의 정의에 대한 이해가 각자 다르다. 미국이나 한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핵능력을 포기하는 것이 바로 비핵화라고 본다. 반면 미국이 한국에 배치했던 전술핵무기의 철수, 나아가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고 있는 핵우산의 철회를 포함하는 게 북이 말하는 비핵화다. 최근의 북한이 밝힌 것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동결하고 핵실험장을 폐쇄한다는 것일뿐, 비핵화가 구체적으로 뭘 의미하는지는 현 단계에서 분명하지 않다.”
만약 싱가포르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한반도 정세는 어떻게 될까.
“더 위험해 질 수 있다. 하지만 군사행동에 대해서는 미국내에서도 여전히 논쟁이 많고 어떤 결론에 이를지는 불확실하다.”
중국은 남·북·미 3자 회담에 반대하나.
“중국의 참가 없이는 한반도 상황은 근본적으로 개선되기 어렵다. 중국은 정전협정의 서명 당사자이자 한반도 문제의 중요 당사자라 할 수 있다. 중국이 서명하지 않으면 평화협정은 실질적 권위가 없다, 중국이든 미국이든 어느 한쪽이 빠지면 협정은 권위와 유효성을 잃게 된다. 한반도 문제의 해결은 북한의 핵폐기와 그에 대한 보상, 북한의 경제 발전에 대한 원조,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 제공 등이 이뤄져야 한다. 이런 일들에 중국이 빠지는 게 한국에 도움이 될까.”
주한미군 철수에 대해선.
“중국이 주한미군의 철수를 희망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중국은 외국 군대가 이처럼 가까운 곳에 존재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지금까지 중국 정부가 미군 주둔에 반대한다거나 철수를 요구한다는 등의 말을 하지않은 것은 당장 해야 할 일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반도 위기가 지나가고 지금과 같은 긴장완화 국면이 계속된다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문제를 다시 제기하는 날이 올 것이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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