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한화 불펜 경쟁, 이태양 "많이 던지고 싶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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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투수 이태양. [뉴스1]

한화 투수 이태양. [뉴스1]

"6회도 던져서 좋았죠."

요즘 프로야구 한화 불펜은 '정글'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잘 던져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나갈 기회만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잠실 LG전 호투로 팀의 역전승을 이끈 이태양(28)은 "불펜에 있다 보면 '던지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고 미소지었다. 그럴 법도 했다. 이태양은 지난 5일 대구 삼성전에서 4와3분의1이닝(2실점)을 던진 뒤 5일을 쉬었다. 11일 대전 NC전에서 1이닝 무실점한 그는 꼭 일주일 만에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오래간만의 기회를 얻은 이태양은 인상적인 투구를 했다. 2-3으로 뒤진 5회 말 1사 만루에서 등판해 채은성을 짧은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한 뒤 양석환을 3루 땅볼로 잡아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3-3 동점이 된 6회에도 볼넷 1개만 주고 막았다. 1과3분의2이닝 무실점. 그리고 한화는 9회 초 이성열의 결승타로 점수를 뽑아 4-3 역전승을 거뒀다. 한용덕 한화 감독도 "우리 팀은 최근 선수 전원이 제 몫을 하고 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사실 시즌 초반만 해도 이태양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2014년 이후 줄곧 선발로 뛰었지만 구원투수로 보직을 변경했다. 시범경기 내용은 최악이었다. 3경기에서 3과3분의2이닝 동안 6실점(2자책)했다. 결국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하고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한용덕 감독도 "공격적인 투구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수위 높게 경고했다.

개막 일주일 만에 1군에 다시 돌아온 이태양은 달라졌다. 마무리나 셋업맨은 아니지만 팀이 필요할 때 마운드에 올라 자기 역할을 했다. 때로는 한 타자만 상대하고 때로는 긴 이닝을 던졌다. 14경기에서 23이닝을 던지면서 거둔 성적은 1승 평균자책점 3.86. 이태양은 "사실 캠프 이후 시범경기까진 밸런스를 잡지 못했다. 2군에서 던지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팀이 원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마음 뿐이다. 나는 몸도 빨리 풀리는 편"이라고 했다. 그는 "선발일 땐 실점 하나마다 신경썼다. 지금은 평균자책점 목표도 없다. 무조건 막자는 생각으로 등판한다"고 했다.

18일 경기도 만족스러웠다. 이태양은 "5회 위기 상황을 막고 자신감이 생겼다. 6회에 다시 등판할 수 있어 기분 좋았다. 7회엔 좌타자라 (박)주홍이가 막아 줄 것이라 생각했다"고 웃었다. 한화 불펜은 평균자책점 1위(3.24)를 달리며 팀의 고공 행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태양은 "투수코치님들과 자주 대화를 나누면서 선수들이 등판 시점이나 투구갯수를 미리 생각하고 나가기 때문에 편안하다. 성적이 좋으니 팀 분위기도 좋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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