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피플] 다이샹룽 톈진 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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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총재를 지낸 금융인이 베이징(北京)의 관문 격인 톈진(天津)시의 미래를 바꿔놓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 아시아판(WSJA)은 다이샹룽(戴相龍.62.사진) 톈진시장이 이 도시를 '제2의 상하이 푸둥(浦東) 지구'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고 12일 보도했다. 인구가 1000만 명인 톈진은 베이징에서 가장 가까운 항구임에도 불구하고 개발이 늦어 경제적 위상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러나 톈진은 다이 시장의 노력으로 최근 중국의 3대 경제 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남부의 주장(珠江) 경제권과 중부의 창장(長江) 경제권에 이어 발해(渤海.중국 발음은 보하이)만 경제권의 중심 도시로 우뚝 서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발해만 '천지개벽'의 주역이 다이 시장이다. 1995~2002년 인민은행 총재로 일하며 중국을 아시아 외환위기로부터 구한 금융인 출신이다.

다이 시장은 2003년 취임한 뒤 중앙정부에서 쌓은 인맥을 활용해 톈진의 경제개발구인 빈하이(濱海) 신공업지구를 국가가 적극 지원하는 경제특구로 위상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정부의 지역 균형발전론도 활용했다. 2000년 무렵까지 중남부 위주로 이뤄졌던 경제개발을 발해만 인근을 비롯한 전국으로 확대하고 3차 산업도 육성하겠다는 중앙정부의 의도에 맞춰 그는 서비스 산업을 강조한 발해만 경제특구 구상을 내놓았다. 톈진을 금융자유도시로 특화해 개발하겠다는 신선한 청사진도 포함됐다. 그 결과 지난달 국무원이 톈진시를 포함한 발해만 일대를 '국가 종합 개혁 시험구'로 선포하게 됐다.

그는 금융권 인맥을 활용해 수천억 달러의 개발 자금도 끌어들이고 있다. 한국과 일본 기업의 투자도 상당히 유치했다. 지난해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 은행과 손잡고 보하이 은행을 설립하기도 했다.

다이 시장의 지도력에 힘입어 톈진시의 경제는 지난해 14.5%나 성장했다. 중국 전체의 지난해 경제 성장률(9.9%)을 크게 웃도는 성적표다. WSJA는 "잠자던 톈진을 다이 시장이 깨웠다"고 평가했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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