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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소야대의 정국을 말한다 김종필 공화총재 인터뷰 |"강력한 소리만이 견제 아닙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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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5·16군사혁명의 주역으로 흔히 풍운의 정치인으로 불리고 있는 김종필공화당총재.
29일부터 시작되는 미국과 일본방문의 바쁜 준비중에도 즉석에서 아무 준비없이 그는 회견에 응했지만 평소의 굳건한 온건보수주의적 신념을 막힘없이 피력해 경륜의 무게를 느끼게 했다.
공화당을 위해 짜놓은 듯한 4당 구도속에서 미묘한 입지를 나름의 절묘한 개인기로 뿌리내려가고 있는 김총재는 그만큼 개인적 부담을 많이 느끼면서도 정국의 흐름이 만족스러운지 피곤한 기색이 없었다.
어쩌면 한국정당 사상 집권했다가 소멸했던 정당을 다시 소생시켜 정상궤도에 처음으로 올려놓은데다 「묘한」정치구도가 공화당에 유리하게만 보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김총재는 『요즘 입을 다물고 계시니 당론이 혼란스러운 것 같다』는 말에 『되도록 말은 많이 하지 않는게 좋다. 내가 봐도 기사거리가 안되는 걸로 1일1건주의로 입을 벌리는건 안된다』고 타당 총재들을 은근히 꼬집었다.
― 그러나 총재께서 말을 않고 있으니 당원들이 우왕좌왕하고 당론이 모호해진다는 지적도 있지 않습니까.
『당론이 뭡니까. 당이 가는 자세를 잘 알고 그 기조위에서 나름대로 양심껏 최선을 다 하면 되는 거지…. 정당은 학교가 아닙니다.』
― 4당체제가 막상 가동되니 총선직후에 전망했던 것과 어떻게 다릅니까.
『처음 생각보다 4당체제정립이 주는뜻이 조금씩 조금씩 풀려나갈수 있는 기미가 보이고 있다고 봅니다. 좀 걱정스런 기복도, 곡절도 있었지만 4당체제가 갖는 유언무언의 뜻이 나타나 지난날 없었던 타협하는 자세들이 다듬어져가고 있읍니다.
정부에서 거부권을 행사했을때도 모두들 걱정했지만 다음 단계에선 만족스럽지만은 않지만 타협했지요. 이런게 축적돼 갈때 국회에서의 대화와 타협이란 자세가 굳건해지겠지요.』 ― 야3당 협력체제를 운영하면서 불편한 점이나 어떤 가능성은 못 찾으셨읍니까.
『불편한 점이 없잖아 있었죠. 우리도 발상을 사뭇 많이 뜯어 고쳐야겠지만 다른 두 야당도 종전체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이 많아요. 고집부리지 않을 것을 고집하고 강도를 보이지않을 곳에 강도를 보여 나중에 쑥스러워 타협이 저해된 일도 있었죠. 야당이 늘 강경한 소리만 한다고 견제가 되는건 아니지 않소. 은연중에 합리적이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정당성이 주장될때 견제력이 제대로 발휘되는것 아닙니까.』
― 사실 정기승씨의 대법원장임명동의 과정에서 공화당이 취한 행동은 야3당 공조체제에금이 가게할 뻔 하지 않았읍니까.
『동의를 요청한 사람, 동의를 받으려고 하는 사람의 인격도 존중해야지요. 더구나 대법원장은 권위를 인정해야 할 위치 아닙니까. 당리당략을 떠나 의원각자의 인격에 맡겼읍니다.
(조금 흥분된 어조로) 그런데 다른 야당은 어떻게 했습니까. 기표소에도 못 들어가고 감시하에서 한 줄로 서서 투표하고…. 그건 인격에 대한 모독입니다. 꼴이 좋습디까. 우스운 얘기요. 이 나라가 아직도 감정에 좌지우지되는 저차원 민주주의의 허식이 있구나 하고 느꼈어요.』
― 노태우대통령의 정국운영을 보시고 어떤 평가를 하고 계십니까.
『취임후 6개월은 과감하게 봐주는게 옳다고 평을 안해왔습니다.
노대통령은 그동안 신중하게 이 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많은 전개를 해왔다고 평가합니다.다만 이 밀월기간이 지나면 대통령이 철학있고 소신있는, 그러면서도 부드럽고 의지있는 자세를 보이길 바랍니다. (단호한 .어조로)나는 대통령이 보통사람이라는 것을 반대합니다. 대통령은 보통사람으로 안돼요. 국민이 신뢰하고 어려운 것을 요구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해요.
그런 기준에서 벗어나면 시시비비를 가릴겁니다. 그게 대통령에게 약이 될거요.』
― 민정당을 상대해 보니까 어떻습디까.
『민정당의 좌표는 다시 설정해야 합니다. 힘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힘이 모자라 혼란스러운게 민정당이요. 힘이 모자라면 건설적 타협에 나서야 하는데 아집을 세운채 타협을 하지 않고 있어요.』
― 공화당은 원하시던대로 정책정당의 모습을 갖췄다고 생각합니까.
『아직 힘이 모자랍니다. 나를 포함한 35명의 의원이 모두 연마하고, 쌓고, 생각하고, 공부하고 해서 국민의 신뢰를 쌓기 전에는 안돼요.
국회의원에게 새로 4급 보좌관 1명씩 뒷받침하기로 했는데 의원 각자에겐 주지 않고 공동으로 두뇌은행을 만들어 정책정당다운 모습을 보일 겁니다. 지켜보세요.』
― 4당 정립상태에서 공화당의 위상정립은 돼있읍니까.
『평민·민주당은 각기 자기자세를 갖고 있는데 상당히 고질화된 자세들이지요. 그에 비하면 공화당은 비교적 융통성이 있읍니다. 한달 남짓 국회활동을 통해 느끼는 것은 어떻게 해서 이렇게 공화당이 필요한 정국이 됐나 싶어요. 공화당이 없었다면 차선의 타협도 못했을 겁니다.
4당이 모두 캐스팅 보트(의사결정권)를 쥐고 있으나 우리당만이 할수 있는 독특한 역할이 있읍니다.』
― 공화당은 특위활동의 중점을 어디에 두실 의향입니까.
『가장 중요한게 뭐니뭐니해도국민들이 올바른 법에 의해 활발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허튼 법률을 개폐하는 일이지요. 또국민감정에 맺혀있는 5공비리와 광주사태의 진상을 규명하는 일입니다.
지역감정에 관한 한 정당에서 잘못 나서면 오히려 악화돼요. 특히 정치인이 이걸 잘못 갖다붙이고 유아독존적 발상을 해선 안돼요(이 부분에서 『무슨말인지 알겠죠』라고 특정 정당을 암시). 5년뒤 대통령선거때 더 심해질까 걱정이예요. 이건 제도적으로 연구해야 해요.』
― 내각책임제 개헌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사실 과연 작년에 어떤 의도적인걸 빼고 대통령중심제가 아니면 망한다고 생각한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요.
옛날에는 북한이 언제 밀고올지 모른다며 대통령중심제의 이유를 내세운 적도 있어요. 그러나 이제 나라의 힘의 두께도 쌓이고 국민도 현명해요. 국제적으로 교조주의로 괴롭히던 나라도 개혁과 개방을 내걸 정도로 변천의 시대에 들어섰는데 대통령중심제 아니면 나라가 서지 못한다는 식의 의도적 주장은 심각히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 그럼 내각제개헌은 언제쯤 해야할 걸로 봅니까.
『내 개인적 생각은 빠른 장래일수록 좋겠는데…. 우리에게도 의회민주주의를 제대로 할내각책임제가 진지하게 검토할 명제입니다. 지난해에는 반동적 분위기가 그렇게 몰아갔어요.거기서 부정선거니 지역감정이니 하는 소리가 나옵니다. 5공비리는 왜 생겼습니까. 우리의 국력과 민도, 그리고 냉정한 국제적 상관관계에서 어떤 제도가 좋은지 판단해야 합니다.』(김총재는 『「빠른시기」가 언제쯤이냐』는 질문에 내각제의 필요성만 계속 강조했다).
― 올림픽을 전후한 60일 정도의 「정치휴전」발상은 어떻습니까.
『(가당치 않다는 표정으로)말의 장난이요. 정치가 싸움하는 거요. 정치는 무슨 일이 있다고 템포나 리듬을 늦출수 없읍니다.
그러나 어떤 사상에 따라 리듬이 깨지지 않게 조절하는 양식들이 정치에 있어야 하고 그래서 정치를 예술이라고 하지않소. 모처럼의 제전을 혼탁스럽거나 걱정스럽게하거나 저해되는 분위기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게 양식있는 대응이겠죠.』
― 올림픽이후 신임투표에 대해서는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만 말씀해 오셨는데….
『근본적으로 왜 그런 소릴했는지 모르겠읍니다. 그러나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지요. 기왕그렇게 됐으면 국가의 중대사에 정치생명을 걸고 국민의 뜻을 물을수 있겠죠. 그러나 하기위해 해서는 뜻이 없어요. 요즘 여권에서 이 얘기 저 얘기 나오는데 그래선 안돼요. 아직은 그렇게 물을 일이 뭔지 모르겠어요.』
― 내각제개헌이 빨리돼야 한다고 하셨는데 신임투표에 그런 것을 걸기를 바라시는 겁니까.
『비약하지 말아요(그는 완강히 부인하며 이 부분을 꼭 쓰라고 당부했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 최근 남북국회간 서신이 오가는 등 통일문제가 부각되고 있읍니다만 북측의 편지에 저의가 있다고 의심하는 의원도 있는것 같은데….
『의심하면 어떤 일도 못합니다. 정성으로 신뢰를 쌓아갈 때 상대방도 신뢰에 유의, 주의할 겁니다. 한가지씩이라도 동질성을 쌓고 조금씩 조금씩 중단하지 않고 나아가야 합니다.』
― 여소상황에서 민정당내에는 연정구상도 하고 있나 봅니다. 가능성이 있을까요.
『몰라요. 자기네 당내에서 그런 얘기를 했는지…. 들은바 없어요. 연정이란게 형태가 고정된게 아니니…. 그러나 대통령중심제하에선 연정은 생각할 수 없다고 봅니다. 어떤 사람은 이런 얘기가 설왕설래하니까 우리 자세가 명백치 않다고 절대 안한다고 말하라는데…. 부질없는 소리요. 허허…. 세상에 절대란 없어요.』
― 그런 공화당의 자세뿐 아니라 대표회담때 윤길중민정당대표를 끼워넣자고 주선한 일등으로 「거간꾼」이란 비난도 있읍니다.
『(몹시 불쾌한 표정으로)보시오. 네사람이 만나서 안될 이유가 어디있소. 야당총재는 대통령만 만나야 합니까. 여당 대표위원이 만나 문제를 풀어보자는데 안 만날 이유가 뭐요. 대표를 만나면 격이 떨어집니까. 모두 생각하는게….』 그는 아직도 3야당의 공조체제유지에 말못할 사정이 있는지 안타까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채 회견을 끝냈다.<인터뷰=김종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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