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여야 특검 합의 … 모든 의혹 털고 국정 정상화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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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여야가 벼랑 끝에서 타협을 이끌어낸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여야는 어제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국회의원 4명의 사직 안건을 처리하고, 드루킹 특검 법안과 추가경정예산안은 18일에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무엇보다 이날 합의로 헛바퀴만 돌던 국회가 42일 만에 정상화될 수 있다는 데 안도감을 느낀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어제 국회 로텐더홀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일 때만 해도 합의는 물 건너간 것 같았다. 국회선진화법 통과 이후 사라졌던 몸싸움마저 재발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나왔다. 특히 농성 중인 한국당 의원들을 뒤로하고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의원들이 속속 본회의장으로 들어갈 때는 국회 파행이 끝 모를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새로 바뀐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양보하는 협상력을 보임으로써 파국을 면할 수 있게 됐다. 이날 사직 처리된 의원들도 지역구민들이 11개월 동안 참정권을 박탈당하는 초유의 사태를 면하게 됐다. 산적한 민생법안 역시 서랍 속에서 빠져나올 기회를 얻었으며, 지방선거도 관심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여야는 이날 합의를 보다 성숙하고 합리적인 정치문화를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무엇보다 첨예하게 대립했던 드루킹 특검의 수사 범위와 특검 추천 방식에 대해서는 여야가 조금씩 양보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해 합의를 깨는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국민적 관심사인 만큼 오직 진실만을 추구하며 철저하고 공정하게 파헤쳐야 한다. 각 당의 이해에 따라 뼈 빼고 국물 빼고 하는 식이 돼서는 또 한번의 ‘맹탕 특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럴 경우 의혹과 불신은 더욱 커져 현 정부 임기 내내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 기회에 모든 의혹을 털어 국정 운영의 걸림돌을 제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