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국방부 장관, 오늘 5·18묘지 참배 돌연 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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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무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송영무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14일 국립 5ㆍ18민주묘지 참배를 돌연 취소했다.

송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 10분부터 5ㆍ18묘지를 참배한 뒤 5ㆍ18기념재단, 5월 3단체(유족회ㆍ부상자회ㆍ구속부상자회) 대표자와 면담하기로 했으나 오전 10시 30분쯤 계획을 돌연 취소한다고 통보했다. 송 장관은 5ㆍ18의 아픔을 위로하고 진상규명 의지를 보이기 위해 묘역을 이날 방문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5ㆍ18묘지 인근에서 오월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과 광주진보연대 등이 서주석 국방부 차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갖자 일정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5ㆍ18묘지 입구에서는 5ㆍ18 역사왜곡 조직 참여 이력으로 논란을 일으킨 서주석 국방부 차관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오월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과 광주진보연대는 “서주석 국방부 차관은 사퇴하고 5월 학살에 대한 진상규명을 통해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송 장관이 청와대에 서 차관 사퇴 뜻을 전달할 수 있도록 광주의 목소리를 들려주러 왔다”라고 밝혔다. 또 이들은 송 장관의 5ㆍ18민주묘역 참배에 앞서 “송 장관은 서 차관의 사퇴 요구에 대한 답을 분명히 해야할 것”이라며 “하지만 현재의 상태에서 국방부가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ㆍ18 진실이 지금까지도 규명되지 않는 배경에는 전두환 정권의 만행이 혹시나 드러날까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조작하고, 폐기하는 과정이 수차례 반복됐기 때문”이라며 “역사왜곡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방부 측은 “오늘 방문은 묘역을 참배하면서 민주화운동을 위해 노력하신 분들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서 “하지만 서 차관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현장에서 당초 계획했던 목적과 다르게 변질될 우려가 제기되면서 부득이하게 취소하게 됐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러면서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방문할 것”이라며 “다만 5월 단체장과의 면담을 통해 5월을 위로하고 진상규명 등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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