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센강 유람선 오르자 관광객 "환호"|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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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근대올림픽의 산실 파리에서도 서울 올림픽의 열기는뜨겁다.
올림픽에 관해서라면 누구보다 이해가 깊고 또 강한 애정을 지닌 파리시민들은 시내 한복판에 호돌이가 나타나자 환성을 지르며 반겼다.
센강의 유람선을 찾아가자『호돌이가 우리배에 타는것은 매우 큰 영광』이라며취재진까지무료승선 시키는보기드문 특혜를 베풀었다.
세계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은다투어 호돌이 곁에서 기념촬영을 하기에 바빴고 영국에서 항공교육·오락사업에 종사한다는「파커」박사 같은이는명함을 건네주며 함께 찍은 기념사진을 꼭 보내달라고 신신당부하기도 했다.

<「88」준비특집보도>
1백명이 넘는 통역·안내원등 자원봉사단을 고국에 보낸 프랑스한인사회에서는 요즘웃돈을 주고도 개·폐회식입장권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프랑스언론들도 금년초부터다투어 서울올림픽 소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4월 프랑스 제2TV가 서울에 보도특집 취재반을파견, 서울올림픽 준비상황등특집프로그램을 생방송으로 방영한 것이라든가, 1백만명이상의 독자층을 갖고 있는 GEO지(월간)가 7월호 특집으로「서울올림픽 전망」을 대규모 특집으로 꾸민 일등은 과거의 올림픽대회때는전혀 없었던 이례적인 보도경향이었다.
호돌이가 파리에 도착하기5일전 파리16구 불로뉴 숲속에서는 19세기 스타일의 육상경기가벌어져 시민들에게옛 올림픽의 향수를 듬뿍 느끼게 했다. 1900년 이곳에서 열렸던 올림픽경기를기념하기 위해 열린 이날 경기에 선수들은 1세기전 유니폼 그대로인 반바지차림으로나와 즐거운 잔치판을 벌였다. 근대올림픽을 인류의 축제로 꽃피우기 위한 움직임은1892년 이곳 파리에서 태동했다.
「피에르·쿠베르탱」(1863∼1937)남작의 올림픽부흥운동은 우여곡절끝에 1894년 IOC(국제올림픽위원회)의 창설로 열매를 맺었고 2년뒤 13개국 3백11명의 선수단이 참가한 가운데 그리스 아테네에서 첫 올림픽대회를 개최, 인류사에 하나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펜싱·승마등 기대>
프랑스는 이처럼 근대올림픽을 탄생시킨 스포츠선각자를 배출한 것은 물론 1900년 제2회대회와 1924년 제8회대회를 파리에 유치했을만큼 올림픽과 밀접한 유대를 맺어왔다.
이런 연유 때문에 프랑스올림픽위원장인「넬슨·파이우」씨는 호돌이취재팀을 만나자프랑스의 불운을 먼저 하소연했다.
프랑스가 국제스포츠에 많은 기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가 그에 대한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86년 스위스로잔에서 있었던 92년 하계올림픽대회 유치경쟁에서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 패배한 것을 빗댄 불평이었다.
「파이우」위원장은 1992년 제25회 올림픽이「쿠베르탱」의 근대올림픽 창설운동1백주년을 맞는 해여서 파리에서 그 기념행사를 겸한올림픽을 치르고자 했으나 IOC총회가 다른 결정을 내린 것은 큰 실수였다고 열을올렸다.
프랑스는 그러나올림픽유치경쟁에서의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88서울올림픽 참가준비에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파이우」위원장을 비롯한 프랑스NOC 전직원은 한두달씩의 여름바캉스까지 미루며비상체제에 돌입, 9월의 결실을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3백명선의 선수를 포함, 4백30명규모의 팀을 서울에 보내 18개의 메달을 얻어내는것이 목표.
프랑스의 메달 기대종목은펜싱·승마·요트·사이클·유도등이며 배구·레슬링·커누카약등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2년전부터 서울올림픽에 대비, 선수훈련을 강화해온 프랑스는 8월19일 구기대표선수들을 선발대로 하여 9월7일까지 전선수를 서울에 파견할 예정이다. 이러한 스케줄은 프랑스국립스포츠연구소(INSEP)가 8시간의 시차를 극복하고 신체리듬을 정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적어도 8일전에 선수들이 서울에 도착해야 한다는 연구보고에 따른 것이다.
프랑스는 미국·영국·이탈리아나 일본처럼 프로스포츠가성행하지 않고 비중이 큰 국제대회가 있다고 해서 국력을기울여 매달리는 현상 또한그리 흔하지 않다. 국민각자가스포츠를생활화하고 있는 반면, 이를 공산·사회주의 국가들처럼 국가정책으로 밀고나가지도 않을뿐더러 스포츠밖에 모르는 프로선수가 되는 것을 그리 높이 평가하지않는 경향이다.

<메달은 많이 따야>
따라서 학업중인 선수들의경우도 스포츠와 공부를 병행할수 있도록 배려, 직업선수보다는사회인으로 적응하는 쪽에 더욱 큰 비중을 두는 셈이다. 프랑스의 60여개대학 가운데 40개대학이 선수개개인의 요구에 따라 운동을 하고 틈틈이 학업을 계속할수 있도록 개별적인 교육과정을 도입하고 있는 것은바로 그같은 인본주의를 반영한 본보기라 할수 있다.
이런 풍토속에서도 올림픽에대한 열의만큼은 유달리 강하며 그래서 이번 서울올림픽때도 프랑스측은 서울영동의한호텔을 통째로 빌다시피하여 프랑스선수단과 보도진의 선수·기자촌밖 활동본거지로 활용할 참이다.
서울에 보내는 선수들의 장비목록을 직접 점검하고 한편으로는 NOC간부회의를 주재하는등으로 눈코뜰새없이바쁜 가운데 호돌이 일행을 만나준「파이우」위원장은 취재진과 헤어질무렵 세상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말을 해주겠다며「쿠베르텡」의 이야기를 다시 끄집어냈다.
「파이우」씨에 따르면「쿠베르탱」은『올림픽의 의의는 참가하는데 있다』고 말한적이결코 없다는것. 그보다는 선수들이『어떤 방법으로 싸우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을 남겼다는 것이다.
「파이우」위원장은『현대올림픽은 참가 그 자체보다는 정정당당히 싸워 많은 메달을 따내고, 또 대회도 유치하는 것이 보다 큰 보람』이라고 주장, 한국도 올림픽을 유치한 절호의 기회를 잘살려 메달을 최대한 많이 획득하게 되면 자라나는 세대의사기를 높이는 좋은 성과를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글 홍성호 톡파원
사진 임영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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