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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고위직 탈검찰 바람직하지만 … 민변 출신 쏠림은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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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문재인 대통령 취임 9일 뒤인 지난해 5월 19일, 청와대발(發) 혁신 인사가 단행됐다. 윤석열(58·사법연수원 23기) 당시 대전고검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하는 원포인트 인사였다. 검찰총장 임명보다 두 달 앞선 그 인사로 검찰은 개혁 대상 ‘0순위 조직’으로 꼽혔다.

법무부·검찰 개혁 1년 전문가 평가 #법무부 실·국장급, 검사 6명→2명 #파견 검사 전체 숫자도 26% 줄어 #수사권 조정 ‘검찰 패싱’ 논란도

문 대통령은 같은 해 7월 문무일 검찰총장 임명 직후엔 “정치검찰의 모습이 있다면 확실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으로 상징되는 박근혜 정부 때의 ‘무소불위식 검찰통치’를 지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됐다. 그후 1년, 법무부·검찰 개혁은 어디까지 왔을까.

법무부의 실·국·본부장 중 검사 비율

법무부의 실·국·본부장 중 검사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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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대검찰청 과천 출장소’로 불렸던 법무부의 탈(脫)검찰화는 수치로만 보면 상당히 진척됐다. 10일 중앙일보가 자체 집계한 결과 법무부 내 파견 검사 수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지난해 5월) 70명에서 52명(4월 현재)으로 26% 감소했다. 같은 기간 법무부 실·국·본부장(7명) 중 검사 출신은 6명(85.7%)에서 2명으로 줄었다. 지난달에는 범죄예방정책국장에 강호성 서울보호관찰소장을 임명했다. 1981년 신설 이후 37년 만에 검사장이 아닌 일반직 공무원을 보임한 것이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검사의 ‘경력 관리 코스’에서 벗어나 민간 부문 인재를 끌어모으려는 법무부의 시도는 바람직한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민변 등 특정 단체 출신이 많은데 참여정부 시절의 아마추어리즘으로 회귀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 임명된 차규근(50·24기)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각종 서훈 심사를 총괄하는 황희석(52·31기) 인권국장이 대표적 민변 출신 인사다.

올 초 발생한 ‘비트코인 규제 파동’은 대표적 시행착오 사례로 꼽힌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 협의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암호화폐 거래소를 전면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종근(49·연수원 28기)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중심으로 ‘암호화폐 규제 법안’을 검토한 결과였다. 파장은 컸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70%대에서 50%대까지 떨어졌다. 결국 청와대가 “확정된 사항이 아니다”고 진화에 나서야만 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에선 법무부의 ‘검찰 패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서야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이 검찰총장과 경찰청장 앞으로 ‘수사권 조정 시 검찰·경찰 양 기관의 의견 수렴’이라는 제목의 A4 용지 한 장짜리 공문을 보냈다. 한 전직 지검장 출신 변호사는 “총장은 ‘살’을 내주고 ‘뼈’(수사 권한)를 지키는 심정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도입에 수긍한다고 했으나 평검사들의 기류는 녹록지 않은 것 같다”며 “특별수사 부서 축소, 수사지휘권 이양 등의 문제에서 일선 검사들의 불만이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경찰을 1차적 수사권자, 검찰을 2차적·보충적 수사권자로 규정했다.

문재인 정부 스스로 검찰개혁의 1순위 과제로 꼽았던 공수처 문제 역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초 조국 민정수석이 ‘사법기관 개편안’을 발표했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다섯 달째 검토 단계다. 청와대가 지난 3월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삭제하는 헌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후 검찰과 경찰의 견해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승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부터라도 공수처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 문제는 수사기관 간 권한을 분산·독립시켜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자는 본래 취지에 맞게 신중하게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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