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그레한 볼, 더이상 건강 심볼이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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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여대생 J(19)씨에게는 중학교 때부터 '볼빨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조금만 당황해도 볼이 쉽게 빨개지고 시간이 지나도 원래의 얼굴색으로 돌아가지 않는 탓이다. 추운 데 있다가 따뜻한 곳에 가면 증상은 더 심해진다. 얼음주머니를 대봐도 그때 뿐. 여대생이 된 후 화장을 했지만 붉게 물든 볼은 곧 본색을 드러냈다. 동아리나 미팅에 나가 "더우세요?" 소리를 듣는 것도 지겹다. J씨에게 발그레한 볼은 건강의 상징이 아니라 부끄러움 그 자체다.

▶안면홍조 발생원인과 시기
= 강남에 위치한 에스앤유 피부과 장승호 원장은 "홍조는 '얼굴이 붉어진다'는 뜻이다. 의학적 의미로 안면홍조란 다른 사람보다 얼굴이 더 쉽게, 더 심하게 빨갛게 되고 더 오래 지속되는 경우"라고 말한다. 피부 혈관은 자율신경에 의해 늘어나거나 오므라들기도 한다. 부끄러운 일을 당하면 자율신경이 자극을 받아 혈관을 늘어나게 한다. 혈관이 늘어나면 피가 많이 흘러 피부가 붉어지고, 혈관이 오므라들면 혈관내 혈액이 적어져 창백해진다. 얼굴, 특히 양볼에는 혈관이 다른 부위보다 많이 분포돼 있고 잘 비치기 때문에 쉽게 붉어지는 것이다.

장 원장은 "안면홍조는 체질적인 영향이 가장 크다. 시기적으로는 사춘기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면서 "성별.나이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춘기는 사소한 자극에도 쉽게 정서적으로 동요하는 시기다. 이럴 경우 자율신경이 자극을 받아 혈관이 늘어나고 결국 안면홍조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고 음주.폐경 때도 안면홍조가 나타날 수 있다. 이밖에 '주사'라는 병의 제1단계에서도 안면홍조가 나타난다. 주사는 안면홍조의 병적 심화상태로, 얼굴이 항상 술을 마신 듯이 빨갛고, 여드름과 비슷한 구진이 생기고, 노랗게 고름이 잡혀서 농포를 형성한 상태를 말한다. 또한 얼굴 피부에 있는 실핏줄이 늘어나서 겉으로 드러나 보일 수도 있다. 심해지면 피부가 지나치게 불거져 울퉁불퉁해진다.

▶적절한 치료법
= 원인을 정확히 알고 처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여러 원인들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체질적으로 혈관이 잘 늘어나 생기는 주사라는 병의 경우다. 장 원장은 "외모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해 자극을 받는 경우 신경정신과 심리상담 및 혈관 확장을 막는 약 복용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폐경에 의한 홍조증인 경우는 호르몬 요법에 의해 좋아질 수 있으나 음주로 인해 얼굴이 빨개지는 경우는 사실상 치료법이 없다. 술을 줄이거나 끊는 수밖에 없다. 이후 처방에 따라 약을 먹거나, 연고를 바르면서 악화될 수 있는 요인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최근에는 부작용이 거의 없는 레이저 시술이 각광받고 있다.

▶레이저 시술과정 및 효과
= 레이저 시술, 즉 IPL(intense pulsed light, 여러 파장의 빛으로 색소를 파괴하고 불필요한 혈관을 치료하는 레이저)은 부작용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이다. 치료일 저녁부터 세수나 화장이 가능하고, 시술 후 표시가 거의 나지 않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 없다고 한다. 장 원장은 "얼굴이 빨개지는 증상도 한두 번 치료하면 효과를 느끼게 되지만 모든 것이 다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며 "3~4주 간격으로 5회 정도 치료 받다 보면 여러 증상들이 서서히 호전된다"고 밝혔다. IPL시술은 치료 전 얼굴 전체에 국소 마취연고를 바르고 약 30~40분 후에 하며, 치료시간은 약 30~40분 걸린다. (도움말=에스앤유피부과 (02-567-5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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