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병원 긴급이송···폭행범 父엔 "아들 팔 괜찮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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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 8일째에 접어든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0일 병원으로 이송됐다. 김 원내대표는 거부해왔지만, 의료진과 당직자들은 악화된 건강 상태를 우려해 강제로 입원시켰다.

국회 본청 앞에서 8일째 단식을 이어가던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며 구급차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본청 앞에서 8일째 단식을 이어가던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며 구급차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전 11시 38분쯤 119 응급차가 국회 본청 앞 농성장으로 도착했다. 전날에 이어 두 번째 출동이었다. 의료진 등은 김 원내대표가 단식으로 인한 급격한 혈압저하와 맥박 불안정, 인후염 등을 우려해 지속해서 입원을 권유해왔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는 “특검 관철을 위해서는 그냥 더 희생하겠다”며 “(입원은) 안 된다”는 뜻을 완강히 지켜왔다.

이날 역시 김 원내대표는 병원 이송을 거부했다. 그러나 의료진과 상담을 나눈 당직자들이 “더 이상 미루면 골든타임을 잃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김 원내대표는 도착한 응급대원들에게 “됐어요”라며 거부했지만, 들것에 실려 응급차에 실렸고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이송됐다. 의료진 관계자는 “고령인 점과 심실성 부정맥이 우려돼 입원을 더는 늦출 수 없었다”며 “병원에 가서 종합적인 진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폭행범 父에 “아들 팔 다친 건 괜찮나”

병원 이송에 앞서 이날 오전 9시 50분쯤 폭행범 김 모(31) 씨의 아버지가 김 원내대표의 농성장을 직접 찾아와 사과했다. 부산에서 전날 아내와 함께 올라왔다는 그는 천막에 들어서자마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 김 씨는 “저는 사과도 안 받아주는 줄 알고 (국회 앞) 잔디에서 석고대죄하면서 앉아있었다”며 “원내대표님 보니 갑자기 눈물이 난다. 안색이 너무 텔레비전에서 보던 것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애들 키우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 다 있는 거 아닙니까”라며 “선처받고 잘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어 자신을 주먹으로 때린 아들 김 씨에 대해 “팔 다친 건 어떻게 됐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김 씨는 “깁스는 했다. 오늘 봐봐야 한다”며 “아들한테 면회 가기 전에 사과드리는 것이 순서 같아서 (먼저 왔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를 때린 혐의로 구속된 김모씨의 아버지 김창신씨가 10일 오전 국회 본청 앞 김 원내대표 단식농성장을 방문해 용서를 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를 때린 혐의로 구속된 김모씨의 아버지 김창신씨가 10일 오전 국회 본청 앞 김 원내대표 단식농성장을 방문해 용서를 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약 6분간의 대화를 마치고 나온 김 씨는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너무 죄송하다”며 “(김 원내대표가) 사과를 흔쾌히 받아주고, 처벌 안 되도록 최대한 협조하시겠다고 말씀해주셔서 너무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아들과 평소 정치 현안에 대한 이야기는 잘 안 한다면서도, “젊은 혈기에 사회 불만도 있고 그래서 (폭행한 것 같다)”고 답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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