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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영문법 만화로 쉽게 배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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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도대체 대명사가 뭐예요?"

중앙대 영어영문학과 장영준(42.사진) 교수는 지난해 초등학교 4년생이던 아들(규민)의 질문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했다. '인칭대명사'를 설명하려다 '인칭'이란 말이 너무 어려울 듯해 대명사 얘기부터 꺼낸 참이었다. 그런데 대명사란 말조차 버거워했다.

"규민아, 대명사는 사물의 이름을 대신하는 말이야. 예를 들어 '규민'이란 이름을 '나'(I) 또는 '너'(You)가 대신하는 거지. 그게 바로 대명사야."

직접 아들을 가르쳐 보니 어려운 용어에 치이다 문법 공부에 흥미를 잃게 되는 아이들의 심정이 이해가 가더라고 했다. 그가 최근 만화로 꾸민 영문법 학습서 '그램그램 영문법 원정대'(사회평론)를 펴내게 된 건 그래서다. '교수가 만화책을 써?'라는 식의 시선이 껄끄럽진 않았을까.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려면 별 수 없어요. 제 아들이 만화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거든요. 지긋지긋해 하는 영어 문법도 어려운 용어를 최대한 빼고 만화라는 틀에 담으면 쉽게 받아들일 것 같았습니다."

만화의 얼개는 세 어린이의 모험담이다. 위기에 처한 마법의 세계 '그램우즈'를 구하기 위해 주인공들이 여러 개의 단어들 중 명사만 골라내거나, 명사의 올바른 복수형을 만드는 등 갖가지 임무를 수행한다는 내용이다. 전체 글의 구성은 장 교수가, 그림은 전문 만화가팀이 맡았다.

"제 책의 첫 독자인 아들이 만화 속 문법을 자연스레 소화하는 걸 보면서 '됐구나' 싶었습니다. 이번에 펴낸 명사.동사편 외에 앞으로 부정사나 관계사 같은 영역까지 어떻게 표현할지 궁리 중이예요."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하고(학.석사),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언어학)학위를 받은 장 교수는 영어와 우리말의 특성을 비교.연구하는 데에 관심이 많다. '언어 속으로-장영준의 우리말 산책' '한국어가 사라진다면(공저)' 등의 저서를 냈다.

글=신예리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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