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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곰 어찌하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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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곰 한 마리당 사료 값만 연간 70만~80만원이 들어가는데 키워 봐야 팔 곳이 없습니다."

충북 충주시 엄정면 미내리에서 반달가슴곰 90여 마리를 키우는 조전호(52)씨는 곰 생각만 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는 "비싼 사료 먹여 가며 10년 이상 키운 곰은 최소한 1500만~2000만원은 받아야 하지만 1000만원에 내놔도 팔기 어렵다"고 한숨짓는다. 조씨는 최근 1년 동안 곰 세 마리를 처분, 웅담 등을 판매했다. 40여 개의 우리와 분만실까지 갖춰야 하기 때문에 사육비가 만만치 않다. 조씨는 손해보고 곰을 처분할 수도 없고 계속 키울 수도 없는 상태다.

1980년대 초만 해도 곰 사육이 농가소득을 높여줄 것이란 기대가 컸다. 정부는 수입 곰 사육을 장려했고 농가에서도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해 곰 사육에 나섰다. 그러나 막상 곰을 키워도 판로가 없었다. 멸종위기종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85년 곰의 국제거래가 금지됐다. 국내에서는 곰이 태어난 지 24년 이상 돼야 처분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자연사하는 곰이나 팔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지난해 10년 이상 된 곰을 팔 수 있지만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밀렵 처벌에 대한 우려 때문에 시민들이 웅담을 꺼리는 것도 곰의 판로를 막는 요인이다.

조씨와 같은 처지인 농가가 전국에 90여 곳이나 된다. 이들 농가에서 키우는 곰은 1454마리. 동물원에 있는 곰(160마리)을 포함하면 국내 사육 곰은 1600여 마리다. 85년에는 493마리에 불과했다. 사육 곰이 세 배 이상으로 늘었지만 지난해 도축된 곰은 48마리에 그쳤다. 곰 사육 농민들은 "아예 처분 관련 규제를 없애든지, 아니면 정부가 사들여라"고 요구하고 있다.

◆ "동물원도 만원"=곰을 사육하는 동물원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사육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곰을 분양하겠다고 밝히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전북 전주동물원은 10일 "올 1월에 태어난 새끼 불곰 두 마리를 무료로 분양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전주동물원은 모두 14마리의 곰을 사육 중이다. 20여 년 전 세 마리로 시작한 불곰은 새끼가 새끼를 낳으면서 숫자가 불었다.

동물원의 곰 한 마리 사육비는 월평균 20만원 안팎으로 전체 곰 식구에 들어가는 돈도 한 달에 300만원이 넘는다. 곰 한 마리는 하루에 복합사료 0.98㎏과 오이 1㎏, 닭고기 2.5㎏, 과일 3㎏ 먹어 치운다. 곰은 또 덩치가 커 한 마리당 4~5평씩 콘크리트 사육시설이 필요하다. 그러나 전주동물원의 곰 사육장은 50여 평에 불과해 늘어나는 곰 전체를 수용하기가 버겁다.

전주동물원은 새끼 불곰을 다른 동물원에 기증하려 했으나 전국의 14개 다른 동물원도 곰이 포화상태여서 받을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에서는 "농민에게 보상해 주고 불임수술을 통해 곰이 늘어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환경부는 당장 수백억원의 보상비를 마련할 수도 없고, 곰을 사들여 키울 수도 없어 난감한 입장이다. 규제를 완화할 경우 곰의 도살을 방치했다는 국내외 환경단체의 비난도 무시할 수는 없다.

환경부 자연자원과 관계자는 "사육농가와 동물보호단체.관계기관 등과 충분한 협의를 통해 합리적인 사육 곰 관리 방안을 내놓겠다"며 당장은 뾰족한 방법이 없음을 털어놓았다.

강찬수 환경전문 기자,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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