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중국에 황사 대책 요구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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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가 한 번 발생하면 동북아 상공은 100만t의 누런 먼지로 뒤덮인다. '100만t의 먼지폭탄'이 한반도까지 달려오는 데는 5시간밖에 안 걸린다. 예보가 조금만 잘못되면 고스란히 폭탄세례를 받는다. 한반도에 떨어지는 양은 7만t 정도로 15t짜리 덤프트럭 3000~5000대 분량이다. 황사로 인한 인적.물적 피해는 연평균 1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잠재적인 피해까지 감안하면 20조원이라는 주장도 있다.

지난 주말 한반도에 들이닥친 '4.8 황사 테러'는 황사가 얼마나 끔찍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가족과 함께 간 유원지에서, 친구들과의 골프장에서, 등산길과 도심 한복판의 빌딩숲에서 시민들은 태양까지도 덮어 버린 '누런 재앙'을 두렵게 바라봐야 했다.

서울대 박순웅(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황사는 순식간에 한반도에 도달하기 때문에 황사 발원지의 풍향.풍속까지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4.8 황사 테러는 황사를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단순한 먼지바람 정도가 아니라 '먼지 폭탄'임을 깨닫게 한 것이다.

이만기 기상청장은 10일 대국민 사과를 했다. 기상청장이 날씨예보와 관련해 국민에게 사과를 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그만큼 이번 기상 테러의 파장이 컸다는 뜻이다. 이 청장은 "2008년까지 황사농도 관측장비를 현재 16곳에서 22곳으로 늘리고 중국 및 북한 기상청과의 협력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때늦은 대책 수립이지만 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앞으로 한국민은 좋으나 싫으나 황사와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외교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황사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런 기회에 더 적극적으로 중국 측에 대책 수립을 요구해야 한다. 올림픽이 끝나고 나면 중국은 '나 몰라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사는 이제 더 이상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님이 입증됐다. 우리 모두 '기상 테러'에 대비해야 한다.

강찬수 환경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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