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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교회 헌금 선거법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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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군수 선거 출마 예정자가 교회들에 행사 찬조금과 헌금을 내는가 하면, 또 다른 군수 선거 출마 예정자의 부인이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 거액을 내놓아 말썽이 되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후보자 또는 그 가족 등의 기부행위를 제한하면서 기부행위로 보지 않는 의례적 행위 중 하나로 '종교인이 평소 자신이 다니는 교회.성당.사찰 등에 통상의 예에 따라 헌금(물품의 제공을 포함)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선관위는 후보자 등이 해당 교회의 신도이면서 통상적인 헌금을 내는 것은 상관없으나 신도가 아닌 경우 기부행위로 보고 있다. 또 신도라고 해도 일상적인 범위를 넘어서는 고액의 금품을 제공하면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 여러 교회에 기부금 제공=전남 화순군선거관리위원회는 교회 세 곳에 찬조금이나 헌금 명목으로 수십만원씩 제공한 혐의(기부행위 제한 위반)로 화순군수 예비후보 A씨에 대해 10일 광주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0월 말 화순읍 한 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한 교회의 한마음 축제에 참석해 찬조금 50만원을 제공하고, 비슷한 시기에 다른 교회에 기도헌금으로 50만원을 냈다는 것이다. A씨는 지난달 초 화순읍 또 다른 교회의 예배에 참석한 뒤 수십만원을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 교회는 선관위 측의 회계장부 열람 요구에 대해 "교회 내부의 일로 공개 대상이 아니다"며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 관계자는 "교회 신도가 아니면서 기부를 했다는 구체적인 제보를 받고 후보자와 목사에 대한 사실확인 조사를 벌였으나 혐의를 부인하거나 진술이 엇갈려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선관위 측은 기부행위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찬조금 등을 받은 교회에 대해서도 50배에 해당하는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예비후보 A씨 측은 "평소 다니던 교회에 통상적인 헌금을 했을 뿐 다른 교회에는 기부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 시골 교회에 1억원 헌금=전남 J군 K군수의 부인 김모(50)씨는 최근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 1억원을 헌금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이번 선거에 재출마할 예정인 K군수는 "아내가 1월 말 읍내에 있는 모 교회에 1억원을 낸 사실을 최근에 알았다"며 "아내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인 김씨는 1998년부터 이 교회에 다녔으며 지난해 말 권사를 맡았다. 김씨가 낸 헌금은 교인들이 1개월이나 1년 단위로 수익의 10분의 1을 교회에 기부하는 십일조 형식의 헌금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상대 예비후보들은 선거를 앞둔 시점에 거액을 제공한 것은 선거를 겨냥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 상대 예비후보는 "시골 교회에 느닷없이 1억원을 내놓은 것이 어떻게 순수한 헌금이냐"며 "교회 신도라 하더라도 상식을 벗어나는 헌금은 다른 신도들의 표를 의식한 행동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남도 선관위 관계자는 "헌금은 신앙에 관한 문제라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신고가 들어올 경우 선거법 위반 여부를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광주=이해석.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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