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LCD, 한국과 덩치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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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대만의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업체가 인수.합병(M&A)을 통한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세계 1, 2위를 점하고 있는 한국 LCD 메이커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세계 3위의 LCD 패널 생산업체인 대만의 AU옵트로닉스(AUO)는 세계 6위인 콴타디스플레이(QDI, 대만)를 인수할 계획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 보도했다.

이번 합병이 성사되면 지난해 4분기 시장 점유율 기준으론 AUO의 시장 점유율이 14.9%에서 20.6%로 높아져,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를 누르고 세계 1위를 차지하게 된다.

신문에 따르면 AUO는 22억 달러 규모의 주식교환 방식으로 QDI를 인수할 방침이다. 교환비율은 AUO 1주 당 QDI 3.5주다.

AUO는 10월까지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UO의 QDI 인수는 2001년 에이서 디스플레이 테크놀로지와 유니팩 옵토일렉트로닉스의 합병 이후 LCD 업계에선 최대 규모의 M&A다.

이번 합병을 통해 세계 LCD 업계는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가 이끄는 '빅2' 구도에서 '빅3'로 재편된다. 업계에선 AUO와 QDI의 합병이 강력한 경쟁자의 부상이라는 측면에서 한국 업체들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동양종합금융증권의 우준식 애널리스트는 "올 상반기 LCD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단기적으로는 국내 업체들에게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정리되면서 향후 LCD시장이 수익성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LCD 패널 시장 점유율 4위를 점하고 있는 대만의 치메이 옵트로닉스(CMO)는 100억 대만 달러(약 3000억원)를 들여 중국 광둥(廣東)성에 LCD 모듈 제조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중화공상시보(中華工商時報)가 10일 보도했다.

동부증권 이정 애널리스트는 "대만 AUO의 합병을 계기로 앞으로 LCD업체들의 M&A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결국 삼성전자.LG필립스LCD 등 한국 업체 2개와 대만(AUO.CMO), 일본(샤프) 등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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