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홍콩 비행기 티켓, 동남아 아닌 중국 카테고리서 찾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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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하나의 중국’ 원칙에 어긋나는 표현을 일절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외국 기업들에게 관철시키려는 움직임의 여파가 국내 민간 항공사들에도 옮겨 붙었다.
중국 민항총국(CAAC)은 최근 중국에 취항하는 36개 외국 항공사들에 공문을 보내 대만·홍콩·마카오가 중국과 별개의 국가로 인식될 수 있는 표현을 삭제할 것을 촉구했다.

36개 외국 항공사에 일제히 공문 #“대만·홍콩·마카오도 중국의 일부 # 별개 국가로 인식한 표현 삭제해라”

“외국 항공사들의 홈페이지나 안내 책자에 게재된 취항지 분류 등에서 대만·홍콩 등이 별도의 국가인 것처럼 표현된 경우가 많다”며 이들 지역이 중국의 일부임을 분명히 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주중 대사관 관계자는 7일 “국내 항공사들도 같은 내용의 공문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부 국내 항공사는 CAAC의 요청을 수용해 대만과 관련된 정보 분류를 모두 ‘동남아’에서 ‘중국 및 홍콩·마카오·대만’ 카테고리로 수정했다. 홈페이지의 티켓 예매 화면을 비롯한 각종 게시물에서 대만은 기존에는 동남아로 분류했던 것을 모두 중국 카테고리로 이동시켰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관련 정보를 수정하지 않은 항공사들 역시 조만간 CAAC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관련 정보를 수정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 당국의 요청에 따르지 않을 경우에 생길 수 있는 불이익을 우려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모 항공사 모바일 예약 페이지의 취항지 분류화면. 최근까지 동남아시아로 분류돼 있던 대만이 중국지역으로 옮겨져 있다.

모 항공사 모바일 예약 페이지의 취항지 분류화면. 최근까지 동남아시아로 분류돼 있던 대만이 중국지역으로 옮겨져 있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민간 기업이 알아서 판단할 사안”이라면서도 “정부 차원에서도 대책을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기본 입장은 1992년 한·중 수교 때부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는 것이며 그것을 가이드라인(지침)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과 관련해 중국 당국이 외국 기업들의 홍보물에까지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 1월에는 세계적 호텔 체인인 JW메리어트 호텔과 미국 기업인 델타항공의 대만·티베트 표기와 관련,해당 업체의 중국 내 홈페이지 접속을 차단한 뒤 공문을 보내 수정을 요구한 적이 있다. 그 이후 이런 조치를 확대해 36개 외국 항공사에 일제히 공문을 보낸 것이다.

그러자 미국 백악관은 지난 5일(현지시간) 직접 성명을 내 중국의 표기수정 요구를 ‘전체주의적 난센스’(Orwellian nonsense)라고 비난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 내외신브리핑에서 “중국에서 사업하는 외국기업은 마땅히 중국의 주권과 완전한 영토를 존중하고, 중국의 법률을 준수하며, 중국인의 민족 감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6년 모 국내 시중은행의 신용카드 출시 광고. 중국,일본,대만,홍콩,마카오 국기를 그려놓고 '아시아 5개국'이라 표현한 것과 관련, "대만과 홍콩, 마카오를 독립국으로 인정한다는 뜻이냐"는 중국 네티즌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은행측은 이 광고를 철회했다.  [중앙포토]

2016년 모 국내 시중은행의 신용카드 출시 광고. 중국,일본,대만,홍콩,마카오 국기를 그려놓고 '아시아 5개국'이라 표현한 것과 관련, "대만과 홍콩, 마카오를 독립국으로 인정한다는 뜻이냐"는 중국 네티즌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은행측은 이 광고를 철회했다. [중앙포토]

2016년 9월에는 국내의 한 시중은행이 새로운 신용카드를 출시하면서 “아시아 5개국(중국·대만·홍콩·마카오·일본)에서 언제나 환영받는 카드”란 광고물을 게시했다가 중국 네티즌들의 강한 반발로 이를 철회한 사례가 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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