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과기정통부ㆍ방통위, 댓글 조작 대책 마련 착수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네이버 등 주요 포털의 댓글 조작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과기정통부, 정보통신망법 위반 여부 살피고 #방통위는 포털 ‘콘텐트 가이드라인’ 공개 검토

과학기술정통부는 댓글을 통한 여론조작에 활용되는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에 저촉되는지 위법성 검토에 들어갔다. 정보통신망법은 ▶정당한 접근 권한 없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거나▶정보통신망의 안정적 운영을 방해할 목적으로 대량의 신호ㆍ데이터를 보내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내용이 모호하다 보니 수사 기관이 구체적인 혐의를 입증해 처벌받게 하는 게 까다롭다.

실제로 지난달 매크로를 판매해 수익을 챙긴 개발자의 항소심에서 법원은 “서버가 다운되는 등 심각한 장애가 발생하지 않아 포털 운용이 방해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1심과 달리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김동원(49ㆍ필명 드루킹)씨 등도 네이버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각종 프로그램을 통한 댓글 조작을 정보통신망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 대해 어떻게 처리할지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드루킹이 쓴 ‘킹크랩’이라는 프로그램은 서버에 허위 조작 신호를 보내 정상 신호인 것처럼 인식하게 한다”며  “사람이 손으로 할 작업을 자동으로 반복하는 매크로와 달리 ‘수법’과 ‘피해’를 특정할 소지가 많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보통신망법으로는 조직적인 여론 조작 시도를 처벌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비판 여론을 받아들여 법에 어떤 문제점이 있고, 무엇을 보완해야 할 지도 살펴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포털의 콘텐트 가이드라인 공개 의무화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방통위 관계자는 “댓글을 통한 여론조작 가능성이 드러나고 있는 만큼 포털 사업자도 댓글 및 가짜뉴스 등 자사 플랫폼을 통해 공급되는 콘텐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방통위가 검토하고 있는 규제안은 페이스북식 콘텐트 가이드라인 의무화다. 페이스북은 지난달 23일 내부적으로 운영하던 콘텐트 가이드라인을 외부에 공개했다. 안전…폭력 등 총 6개 항목으로 나뉜 이 가이드라인은 게시할 수 없는 포스트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가짜뉴스와 스팸 광고 등이 포함된 게시물을 금지한다. 해당 게시물이 등록된 경우 삭제 조치도 병행한다. 무기 및 마약밀수 등에 연관된 범죄단체 등은 아예 페이스북 활동을 금지한다.

국내 포털 사업자도 자체적인 콘텐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지만 이를 외부에 공개하진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댓글 여론조작 등으로 사회적 파문이 확산하면서 콘텐트 가이드라인 공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포털 사업자에 대한 콘텐트 가이드라인 공개 의무화 제도가 도입될 경우 댓글 조작과 가짜뉴스 방치에 대한 책임을 포털에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해용ㆍ강기헌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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