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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마켓]한우까지 품은 편의점 도시락…매출 1위는?

중앙일보

입력

“싸게 한 끼 후딱 때우자.” 10년 전만 해도 편의점 도시락은 이런 생각으로 마지못해 집어 드는 품목이었습니다. 2000원대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으니 고맙기도 했지만 허기를 채우기엔 뭔가 부족한 느낌에 결국 컵라면 하나를 더 먹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죠.

이런 풍경은 이제 옛말이 됐습니다. 품질이 높아지고 종류도 많아지면서 편의점 도시락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도 바뀐 겁니다. 편의점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도시락 하나가 든든한 한 끼 식사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경험을 하다 보니 가격대가 4000~5000원대로 높아져도 찾는 사람은 더욱 늘고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 편의점 3사의 도시락 매출은 최근 4년 동안 매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늘어나고 있습니다. 각 사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매출의 5%에서 많게는 10% 정도가 도시락에서 나온다고 하는데요.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6000억원으로 추산됩니다.

CU의 인기 도시락인 '백종원 매콤불고기정식'(왼쪽)과 '백종원 한판 도시락'(오른쪽). [사진 CU]

CU의 인기 도시락인 '백종원 매콤불고기정식'(왼쪽)과 '백종원 한판 도시락'(오른쪽). [사진 CU]

업계에선 2016년을 편의점 도시락의 전환점으로 꼽습니다. 이때 편의점 3사의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CU가 168%, GS25 177%, 세븐일레븐 152%를 기록하는 등 1년 사이 매출이 2.5배 이상 늘었는데요. 스타를 앞세운 마케팅이 주효했습니다. 백종원(CU), 김혜자(GS25), 혜리(세븐일레븐)의 이름을 딴 ‘브랜드 도시락’ 경쟁이 치열했던 시기죠.

3500원짜리 ‘백종원 한판 도시락’은 그 해 1분기 단일 상품 가운데 매출 1위를 차지합니다. 편의점 역사 27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 단골 1위인 소주와 바나나우유를 밀어내 화제가 됐습니다. 세븐일레븐도 ‘혜리 도시락’으로 도시락이 처음으로 매출 상위권에 오르는가 하면 GS25의 ‘김혜자 도시락’은 가격 대비 양과 질이 뛰어나다는 의미의 ‘혜자스럽다’는 신조어도 만들어냅니다.

GS25의 '유어스 고진많(고기 진짜 많구나) 도시락(왼쪽)과 세븐일레븐의 '11찬도시락' (오른쪽). [사진 각 사]

GS25의 '유어스 고진많(고기 진짜 많구나) 도시락(왼쪽)과 세븐일레븐의 '11찬도시락' (오른쪽). [사진 각 사]

그렇다면 사람들은 요즘 편의점에서 어떤 맛의 도시락을 많이 찾을까요. 편의점 3사의 지난달 도시락 매출 순위를 살펴봤더니 고기와 정찬류의 인기가 가장 좋았습니다. CU에선 ‘백종원 매콤불고기 정식’이 1위를 차지했는데 이 제품은 지난해부터 이곳 도시락 매출 1위입니다. GS25에선 소불고기ㆍ제육볶음 등을 한꺼번에 담은 ‘고진많(고기 진짜 많구나) 도시락’이 1위에 올랐습니다. 세븐일레븐에선 11가지 반찬을 넣은 ‘11찬 도시락’이 지난해부터 1위 품목입니다. 3사 모두 여전히 불고기나 제육, 돈까스, 치킨 도시락 등 대중적인 맛이 상위권입니다.

올해 4월 편의점 도시락 매출 순위.

올해 4월 편의점 도시락 매출 순위.

업계 관계자는 ”초반에 편의점 도시락의 인지도와 시장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 불고기나 제육 등 누구나 좋아하는 메뉴 위주로 많이 내놨었고 이후에도 그런 카테고리 안에서 조금씩 변화를 주는 전략을 사용하다 보니 고기나 여러 종류 반찬을 한꺼번에 먹을 수 있는 정찬류의 선호도가 여전히 가장 높다”고 설명합니다.

도시락 시장의 파이를 어느 정도 키웠다고 판단한 편의점은 최근 다양화 전략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죠. 한우나 수육, 연어회, 게딱지장을 비롯해 새송이나 꼬막 등 제철 음식을 활용한 도시락까지 맛의 범위가 크게 늘었습니다.

GS25의 '유어스 연어구이 도시락'(왼쪽)과 세븐일레븐의 '닭가슴살 올리브콥샐러드 도시락'(오른쪽)[사진 각사]

GS25의 '유어스 연어구이 도시락'(왼쪽)과 세븐일레븐의 '닭가슴살 올리브콥샐러드 도시락'(오른쪽)[사진 각사]

업계가 특히 관심을 보이는 도시락 테마는 건강식입니다. 편의점 도시락이 영양가가 떨어질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건강과 체형관리에 관심이 많은 고객까지 겨냥하겠다는 건데요. GS25는 최근 닭가슴살 도시락과 연어 도시락을 출시했고 세븐일레븐에서도 현미밥과 야채구이,퀴노아 등을 이용한 ‘프리미엄 건강 도시락’을 내놨습니다.

이지영 GS25 저칼로리 도시락 MD는 “편의점을 찾는 고객들 가운데 저칼로리 음식에 대한 수요가 많았지만 샐러드나 과일 빼고는 마땅한 게 없었다”며 “올해 저칼로리 도시락 상품 종류를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고령층을 겨냥해 소화도 잘되고 씹기도 쉬운 도시락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강나현 기자 kang.na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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