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비핵화’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이 최적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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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을 고려하고 있다는 건 반가운 소식이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관련해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또 하나의 낭보를 전하는 역사적 회담이 될 것이란 기대를 자아내기 때문이다. 미국은 당초 북한과의 회담 장소로 제3의 장소를 바랐다. 스위스·스웨덴·싱가포르·몽골·괌 등 다섯 곳을 검토하다가 최근엔 싱가포르와 몽골의 울란바토르 두 곳으로 압축했다고 한다. 제주도 등 한국 지역은 한국 정부의 개입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일찌감치 고려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적으로 가능하며 엄청난 행사 될 것” #분단 상징 판문점이 ‘완전한 비핵화’ 발상지 돼야

그러나 최근 기류가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오전 트위터에 “회담 장소로 남북한 경계의 평화의집·자유의집이 제3국보다 더 대표성 있고 중요하며, 지속 가능한 장소가 아닌가”란 글을 올린 게 시작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엔 비무장지대에서의 회담 개최가 “전적으로 가능하고 매우 흥미로운 생각”이라며 “일이 잘 해결되면 제3국이 아닌 그곳에서 하는 게 엄청난 기념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판문점을 콕 집어 회담의 유력 개최 장소로 거론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을 바꾼 배경에는 남북 정상회담 ‘효과’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분단의 상징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는 장면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깊은 인상을 줬다는 후문이다. 판문점은 원래 널문리라 불렸다. 휴전 회담이 진행되며 중공군 대표들이 쉽게 찾게 하기 위해 인근 주막에 ‘판문점(板門店)’ 간판을 내건 게 지금의 이름으로 굳어졌다. 열전의 표상이자 냉전의 상징이다. 트럼프-김정은의 판문점 회담은 지구상 마지막 남아 있는 분단의 상징에서 오랜 냉전의 구조를 해체하는 세기적 회담이 될 것이다. 이 같은 역사적 상징성 외에도 경호와 접근성 등 모든 면에서 제3국의 장소를 압도한다.

무엇보다 내용적으로 북한 비핵화에 집중하는 회담 장소로도 판문점이 최적이다. 남북 정상회담이나 북·미 정상회담은 사실 따로 떨어진 두 개의 회담이 아니다.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둘이 아닌 하나의 회담이다. 따라서 지난 4·27 판문점 선언에서 운을 뗀 비핵화 문제가 이번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결실을 봐야 한다. 미국의 목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다. 우리 또한 다르지 않다. 이런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한·미는 하나가 돼 움직여야 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으로선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입증할 마지막 기회로 삼아야 한다. 며칠 전 미 상원의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0%가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란 답을 내놓았다고 한다. 그만큼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의심이 많은 게 현실이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는 ‘핵’이 아닌 ‘인민’을 끌어안고 살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김 위원장의 ‘용단’이 비핵화 문제에서도 분명하게 이뤄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