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책읽기] 연약한 인간 함석헌 진면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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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함석헌 평전
김성수 평전, 삼인,
218쪽, 2001년 출간

5년 전 선보인 '함석헌 평전'은 국내 평전 풍토에 관한 많은 것을 시사한다. 본래 이 책은 영어로 쓰여진 박사학위 논문을 뼈대로 한다. 영국 에섹스대학에서 동아시아학을 전공했던 저자에게 담당 교수들이 했던 주문은 '영웅 함석헌'묘사가 아니었다. "연약한 한 인간에 관한 평가.비평 논문"(8쪽)을 요구했다. 바라보지도 못할 위인으로 그리는 것은 학문적으로 봐도 큰 가치가 없음을 보여주는 얘기다.

1개월 전 선보였던 고려대 김용준 명예교수의 함석헌 평전 '내가 본 함석헌'(아카넷)이 오랜 교유 속에서 만들어졌다면, 이 책은 함석헌(1901~89)의 두 세대 뒤의 사람이 본 함석헌이다. 김교수의 글이 여유롭고 따듯하다면, 이 평전은 일관된 시선과 해석이 특장(特長)이다. 사람냄새가 약한 것은 아니지만, 종교학적 관심 속에서 함석헌을 재해석하고 있어 좀 딱딱할까.

문제는 사람 함석헌은 이런 몇몇 평전.전기로 다'퍼낼'수는 없는 그릇이라는 점이다. '한국의 기독교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1956년)등 제도권 종교와 독재정권 비판에 불을 뿜었던 1인 저널리스트로 볼 수도 있다. 또 특유의 입말(口語)구사의 함석헌체(體)를 구사한 20세기 문장가 측면도 재해석해야 옳다. 동서양을 오간 사상가의 측면 역시 충분히 밝혀진 것도 아니다. 더 많은 함석헌 평전 버전이 기다려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조우석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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