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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경협 큰 장 선다"…물밑 준비 나서는 재계단체·기업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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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화해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경제계를 중심으로 대북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27일 재계 단체가 일제히 내놓은 논평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재계 단체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 경협 기대" 

전경련은 논평을 통해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돼 경제 활력이 제고되는 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경제인총협회는 "북한 내 사회기반시설(SOC)과 각종 인프라 투자 유치, 개성공단 재가동, 관광사업 재개 등을 통해 경기 개선은 물론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남북경협의 상징이던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에서 중소기업은 주도적인 역할을 해 왔다"며 "비록 지금은 남북경협의 끈이 끊어져 있지만, 중소기업계의 대북사업 참여 의지는 여전히 높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서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신장식 작가의 그림’상팔담에서 본 금강산’을 배경으로 기념촬영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서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신장식 작가의 그림’상팔담에서 본 금강산’을 배경으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6월 북미정상회담까지 마치고 나면 남북 간에 경협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남북 정상 간에는 평화보장, 비핵화 등 정치·군사적 이슈가 우선시될 수밖에 없다"며 "여기서 큰 진전을 이루고 나면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경협이 주 의제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남북정상회담 만찬에는 국내 재계 인사 가운데 박용만 대한상의회장만 유일하게 초청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은 본격적인 경협 방안을 논의할 때가 아니라는 방증이다. 다만 북미 정상회담이 대북 경제 제재 해제로 이어지면 경협 물꼬가 트일 전망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 TV 판매 매장에 전시된 TV에 관련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 TV 판매 매장에 전시된 TV에 관련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연합뉴스]

SOC 분야, 현대아산 등 TF 만들고 경협 대비

재계·산업계 내부에서는 본격적인 경협에 대비한 움직임이 벌써 감지된다. 우선 SOC 분야에 활기가 돈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따라 남북철도 복원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철도 선로 개량사업과 미연결 구간을 연결하면 서울∼평양∼신의주를 거쳐 중국 베이징까지 중국횡단철도(TCR)로 화물을 운송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도 개성∼문산 고속도로 건설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도로공사는 이미 내부적으로 남북 도로연결 TF를 꾸려 SOC 경협에 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의 경우 동해북부선과 경원선 연결 사업이 먼저 거론된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올 2월 국회에서 "경원선 공사를 연내 재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경기도 파주시 도라전망대에서 개성공단 일대가 흐릿하게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파주시 도라전망대에서 개성공단 일대가 흐릿하게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기업 중에는 금강산 관광 사업을 맡았던 현대아산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이날 서울 종로구 연지동에 위치한 현대그룹 사옥, 현대아산이 자리한 4층에서는 오전 내내 직원들이 스마트폰과 PC로 남북정상회담 중계방송을 시청했다. 현대아산은 현재 금강산 관광 재개 TF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대북 사업이 재개됐을 경우에 대비해 시나리오를 준비 중이다.

중소기업계에선 개성공단 입주사를 중심으로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경협에 대비하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사들은 정상회담 이후인 5월 중순 방북 신청서를 정부에 내기로 의견을 모았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상회담 이후 경제협력 논의가 본격화되면 시설점검을 위해 개성공단 방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6년 2월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 폐쇄를 선언한 이후 공장은 2년 2개월째 멈춰 있다. 그동안 개성공단 입주사 대표들은 5차례 방북 신청서를 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개성공단 폐쇄 이후 꾸려진 비대위는 정상회담이 이날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실에서 회담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개성공단 입주사는 총 124개로 대부분은 개성공단 재입주를 희망하고 있다. 지난해 비대위 자체 조사에선 67%가 공단이 문을 열면 다시 입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개성공단 인건비가 중국 대비 3분의 1수준이고 직원 숙련도가 높기 때문이다. 언어가 같아 직원들에게 작업 지시가 수월한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개성공단 가동까진 시간 걸릴 듯 

개성공단 가동이 결정되더라도 공장 가동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경협보험금 반환과 시설 수리 등의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개성공단 공장 시설 등에 대한 경협보험금 3700억원을 공단 폐쇄 이후 입주사들이 받아갔는데 개성공단에 다시 입주하면 정부에 이를 반환해야 한다”며 “개성공단이 다시 열리더라도 공장문을 곧바로 열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남북 경협의 효과로 크게 두가지를 꼽는다. 우선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해소다. 정규일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줄면서 소비자 심리가 개선되면 경제가 활기를 띠는 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대한민국 기업의 시장가치가 1%만 올라도 금액으로는 어마어마한 액수"라며 "안보 위협이 없는 한국은 경영이나 투자 측면에서 볼 때 완전히 새로운 땅"이라고 말했다.

산업 측면에서도 경협 효과는 클 전망이다. 우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 관련 산업이 경협 선발대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뒤이어 국토 개발로 이어질 경우엔 철도와 도로, 물류, 항만, 전기, 가스 등 산업이 각광을 받을 전망이다. 여기에 민간투자가 이뤄지게 되면 건설과 금융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박태희·강기헌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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