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무역 적자에 시달린다|수출 14억불 수입 20억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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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경=최철주특파원】북한처럼 철저히 장막에 가려진 비밀경제는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된 국가예산이나 3차7개년계획(87∼93년)은 단순히 주요 항목별 증가율만을 발표하고 있을 뿐 구체적으로 총량이나 총액을 명시하지 않아 실체를 가늠하기가 어렵게 되어 있다.
2년전 일본정부는 북한과의 무역에서 빚을 받지못하고 있는 자국기업에게 수출보험금을 지급함으로써 사실상 북한을 파산선고했으며 서방 은행단들은 작년에 북한을 채무 불이행국으로 선언했다. 통산성산하의 일본무역진흥회(JETRO)의 『북조선경제와 무역전망』이라는 최근의 특별보고에 따르면 북한은 작년 무역에서 6억1천만달러의 적자를 보았으며 그 폭이 해마다 확대되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작년 1년동안 북한과 거래를 가졌던 세계 33개국의 무역통계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수출이 14억6천만달러(86대비 11·1%증가), 수입이 20억7천만달러(14·5%증가) 였다.
북한의 최대 무역상대국은 소련으로 작년 두 나라간 왕복무역규모는 총19억5천만달러(86대비 13·2%증)이며 2위인 중국의 5억2천만달러(10·9%증)를 훨씬 웃돌고 있다. 3위는 4억5천만달러(26·9%증)의 일본으로 서방국가에서는 최대의 규모이다.
군사적으로 밀착관계에 있는 북한·소련관계는 무역거래의 덩치나 이의 확대기조측면에서 보더라도 매우 중요한 상대국으로 굳어지고 있다. 북한은 소련으로부터 세탁비누와 시계·TV등 생활필수품 이외에 각종 설비 (56%증) 와 수송수단(66%증)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그대신 역시 생필품 생산이 빈약한 소련은 북한으로부터 타월·운동화·식기와 마그네사이트 (클린커) 축전지등을 주로 수입했다.
서방국가에서는 일본을 제외하고 서독(작년 북한과 왕복무역 2억6천만달러·20·5%증)과 프랑스(3천9백만달러)와의 거래가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서독과는 기계·전기제품·자동차압착공기계등이 북한의 관심품목이 되고 있다.
그러나 서독의 대북한수출업자들은 북한이 제대로대금을 지불하지 않아 물물교환무역을 하거나 아니면 선금을 받은 후에야 물건을 팔겠다고 주저 앉아 분위기가 매우 냉냉해지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홍콩(1억4천만달러·39·3%증) 인도 (5천6백만달러·197%증) 싱가포르등이 있다.
노대통령의 특별선언을 계기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일본의 대북한 무역은 작년 김만철씨 일가의 북한 탈츨사건과 KAL기폭파 사건등으로 무역환경이 악화 되었다. 그러나 그같은 여건에서도 작년 일본의 대북한 수출(2억1천만달러)이 16·2%, 수입(2억4천만달러)이 39·6%나 늘어 났음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일본내 조총련계 기업등을 통해 북한과의 무역규모가 확대국면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대북한 수출주력상품은 기계류와 전기기기·수송기기등이다.
작년에 승용차 6백4대화물자동차 2백89대 무선통신기기(TV등 포함)등이 2만2천여대나 들어 갔다. 그러나 지금까지 북한에 수출돼 왔던 대형 트럭등은 군사용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는 미국측의 통고에 따라 판매가 중단되었으며 전자기기를 이용한 기계등의 수출도 보류되었다.
일·북한간 무역은 노대통령의 특별선언이후 ①서울올림픽을 전후한 대북한제재조치해제 ②북한이 억류하고 있는 일본어부 석방 ③북한의 대일 채무상환에 관한 교섭을 계기로 조·조무역 (북한과 일본내 조총련기업과의 무역)의 틀을 벗고 서서히 통상관계촉진의 길로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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