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지원이 절실한 김정은···유커 사망에 "깊이 속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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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5일 밤 평양역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중국인 관광객 사상자들을 후송하는 전용열차를 배웅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5일 밤 평양역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중국인 관광객 사상자들을 후송하는 전용열차를 배웅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중국인 관광객 사망 사고에 대해 중국에 “속죄한다”는 표현을 쓰며 몸을 낮췄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6일 김 위원장이 전날 시신과 부상자를 후송하기 위해 전용 열차 편성을 지시했으며 그날 밤 평양역에 직접 나가 전송했다고 전했다. 침울한 표정의 김 위원장이 열차 안에서 부상자들 손을 잡고 위로하는 사진도 공개했다.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목전에 둔 김 위원장이 회담 직전까지 중국을 신경쓰는 모양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주석에게 위문 전문과 위문금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전문은 “중국 동지들에게 그 어떤 말과 위로나 보상으로도 가실 수 없는 아픔을 준 데 대하여 깊이 속죄한다”는 내용이다. 김정은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박봉주 총리가 공동으로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에게 보내는 형식을 취했다. 북한 지도부가 총출동해 사죄한 것이다. 북한은 이 소식과 사진, 전문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노동신문 1면에도 게재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이 대사에게 “(사고에 대한) 책임을 통절히 느끼고 있다”며 “이번 중대사고 조사와 처리를 엄격히 하며 재발을 철저히 막기 위한 강력한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5일 밤 평양역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중국인 관광객 사상자들을 후송하는 전용열차를 배웅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5일 밤 평양역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중국인 관광객 사상자들을 후송하는 전용열차를 배웅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은 사고가 발생한 22일 뒤부터 연이어 파격적인 사죄 행보를 보여왔다. 23일 새벽 6시30분 북한 주재 중국대사관을 찾아 리진쥔(李進軍) 대사에게 위로의 뜻을 밝혔고 같은 날 저녁엔 병원을 찾아 부상자들의 치료 상황을 살펴봤다. 당시 김정은은 이 대사에게 “후속 조치들을 최대의 성의를 다하여 취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25일 전용 열차 편성과 배웅을 통해 후속 조치를 직접 행동으로 옮긴 셈이다.

김정은의 이런 적극성의 배경엔 27일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5월말 6월초로 예상되는 북ㆍ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과 밀착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기동 통일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은 북ㆍ미 정상회담까지는 중국이라는 안전판을 놓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경제 발전을 위해서도 중국의 지원이 필요한 만큼 북ㆍ중 밀착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사고 수습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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