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FTA 엇박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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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일본의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경제산업상이 제안한 '동아시아 포괄적 경제자유무역협정(FTA)'을 놓고 일본 정부 내에서 엇박자가 나오고 있다.

양자간 FTA 협상도 지지부진한 마당에 동아시아 전체를 대상으로 포괄적 협상을 제안하기는 어렵다는 현실적인 제약에 따른 것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등 일본 언론도 니카이 경제산업상의 제안을 두고 외무성 등 다른 부처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니카이 경제산업상은 4일 "필리핀.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0개국과 한국.중국.인도.호주.뉴질랜드 등 역내 주요 5개국들과 개별적으로 FTA를 체결하는 방식으로 동아시아 경제 통합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김양희 연구위원은 "동아시아 경제통합 논의가 중국이나 한국 주도로 진행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일본의 조급증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 내부에선 특히 외무성이 회의적인 반응이다. 관세의 인하나 철폐 등 무역 자유화만을 목표로 하는 FTA 협상도 난항을 빚고 있는데 사회적 파장이 큰 노동분야까지 포함해 협상을 진행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주장이다.

일부에선 니카이 경제산업상이 정치적 관심을 모으기 위해 '한건 주의'식 발표를 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2000년 들어 각국과 협상을 벌여 온 일본은 지금까지 싱가포르(2002년 11월), 멕시코(2005년 4월)와 FTA를 발효시킨 상태다. 말레이시아와는 지난해 12월에 서명했고, 태국과는 이달, 필리핀과는 연내에 서명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경제적 파급효과와 정치적 상징성이 큰 한국과의 협상은 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또 일본의 농업에 큰 부담을 주는 ASEAN과의 FTA 협상도 지난해 8월 중단된 지 8개월이 지난 이달 10일에야 재개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외무성은 경제산업성이 주장한 지적재산권, 서비스 자유화 등을 포함한 포괄적 FTA보다 무역자유화 중심의 양자간 FTA에 치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외무성은 또 중동국가연합(GCC, 사우디아라비아.바레인.쿠웨이트.오만.카타르.UAE 등) 6개국과 2008년 체결을 목표로 7월부터 FTA 교섭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6일 발표했다. 외무성은 GCC와의 FTA 체결이 추상적 단계에서 논의 중인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포괄적 FTA보다 실익이 크다고 보고 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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