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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하늘나라 빅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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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초고층 주거시대가 열리면서 실제로 이런 상상이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홍콩 등에 이어 우리나라도 건물 높이만 200m를 넘는 주택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하늘 주거시대'를 열고 있다.

2000년대 우리나라 건축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초고층 주택산업의 급성장이다. 주상복합을 중심으로 한 초고층 주택 건축기술은 삼성건설의 아랍에미리트의 버즈두바이(180층 이상, 800m) 주거복합시설 수주에서도 입증됐다.

?초고층 주택 세계 5위권=부동산개발.컨설팅 업체인 팜파트너스가 6일 독일의 초고층 건축물 정보사이트인 '엠포리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세계에서 가장 높은 주거용 건물 100개 동(표고 높이, 완공 기준) 가운데 9개 동이 국내에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1~3차 6개 동과 목동 하이페리온 3개 동이다.

호주 골드코스트의 큐원타워(78층 323m)가 1위고 타워팰리스3차(69층 262m)는 5위에 랭크됐다. 건물 수에서 우리나라는 홍콩(44개).미국(18개)에 이어 3위다.

미국.호주의 초고층 주택이 사무실.호텔 등이 함께 들어선 복합시설이라면 한국과 홍콩은 상가가 일부 포함된 주거전용 아파트라는 게 차이다.

초고층 주거시설에서 우리나라는 후발 주자로 출발해 빠르게 성장했다. 미국은 초고층 주택의 발상지로 1930년대 이후 꾸준히 늘어 왔고 홍콩은 72년 뉴타운 사업을 계기로 급증했다. 우리나라에선 90년대 말 주상복합아파트 형태로 초고층이 처음 선보였다.

80년대는 20층만 해도 초고층으로 여겨졌으나 지금은 적어도 40층은 돼야 명함을 내밀 수 있다. 40층 이상 건물 가운데 공사 중이거나 건축승인을 받은 건물까지 합치면(지난해 말 현재 전 세계 2056개 동) 우리나라는 초고층 주거시설에서 4위(76개) 수준으로 올라선다(서울산업대 강부성 교수 자료).

◆ 서울보다 지방에서 더 활발=타워팰리스 성공 이후 초고층 주상복합은 분양시장 침체 속에서도 대박을 터뜨리며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64층짜리 더샾퍼스트월드가, 부산 해운대에서 60층짜리 센텀스타가 하늘로 한창 올라가고 있다. 이달에는 울산에서 54층짜리 이안태화강엑소디움이 분양된다. 모두 200m를 웃도는 높이다.

팜파트너스 노필성 실장은 "초고층 주상복합은 뛰어난 조망권과 편리성을 갖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도곡동 타워팰리스 인근 수지정공인의 정수지 사장은 "다른 데서 들여다볼 수 없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 걱정없이 조망을 즐길 수 있고 편의시설이 좋아 늘 매물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성격의 주택을 지으려는 건설업체 간 경쟁도 초고층 주상복합 건립을 부채질했다.

◆ 불붙는 층수 제한 논란=고급주택의 대명사가 된 초고층 주상복합은 경제력있는 수요층의 지원에 힙입어 온갖 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이어 왔다.

이러다 보니 재건축 단지들은 너도나도 초고층을 추진하고 있으며 정부는 집값 상승 우려를 내세우며 반대하고 있다. 재건축의 경우 최고 35층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층수 제한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단국대 김영하 교수는 "초고층으로 지으면 층수를 높이는 대신 녹지공간을 더 많이 만들 수 있다"며 "좁은 땅덩어리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층수 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시개혁센터 남은경 부장은 "초기여서 아직 문제점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지 건물안전.건강 등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며 "도시계획적인 검토와 충분한 대책 없이 업체의 경제논리에 이끌린 맹목적 건립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우리나라는 인구밀도가 높은 반면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이 적다 보니 초고층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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