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집 잃은 아이들' 69명 새 보금자리 추석 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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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고마운 추석선물은 없을 겁니다."

경기도 의정부시 호원동 통일안국사 주지 지산(智山.52)스님의 얼굴에 보름달 같이 환한 미소가 피어 올랐다. 스님은 사찰에 조립식 가건물 '선재동자원'을 짓고 오갈 곳 없는 어린이.청소년 69명을 14년째 보살펴왔다.

그러나 지난달 21일 뜻밖의 화재로 가건물의 절반인 60여평이 타버려 천막과 식당에서 새우잠을 자야 하는 아이들을 보는 '스님 아빠'의 가슴도 까맣게 타들어갔다.(본지 8월 26일자 8면)

이처럼 딱한 소식이 본지를 통해 알려지자 도움의 손길이 잇따르고 있다. 우선 지난해 9월부터 매월 2백만원씩 후원을 해오던 삼성SDI가 나섰다.

회사 임직원들은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정성을 모아오던 '사랑의 빛 펀드'에서 5천만원을 떼어내 지난 5일 건축비로 전달했다. 직원들은 지난 5,6일 이틀 동안 매일 40여명이 자원봉사에 나서 화재 잔해를 치우고 공사비가 부족해 3개월째 공사가 중단됐던 지상 3층 규모의 새 보금자리 건물 짓는 일을 도왔다.

인근 군 부대 장병 10여명도 지난 5일부터 매일 공사장에 나와 땀을 흘리고 있다. 또 독지가 50여명은 1천여만원을 전해왔다.

8일 오후 스님은 보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사랑을 전하기 위해 보은행사를 열었다. 농협.도지사 부인.시장 부인.국회의원 등이 기증한 쌀 10가마로 주부 자원봉사자 1백여명과 함께 송편을 빚어 영세민 가정과 경로당.군부대 등 5백여곳에 훈훈한 마음과 함께 전달했다.

지산스님은 "찬바람이 불기 전에 아이들이 따뜻한 보금자리에 들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며 "정성을 모아주신 분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아이들을 바르게 키우겠다"고 말했다. 통일안국사:031-876-2235.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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