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만 풀면 뭐하나 … 지방 가면 조례로 묶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철구조물을 만드는 A사는 경남에 5000㎡ 면적의 축사 부지를 샀지만 공장을 짓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국토계획법 시행령이 개정돼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1만㎡ 미만의 소규모 공장을 세울 수 있게 됐지만 지자체가 아직 도시계획조례를 고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 말고도 많은 지자체가 조례 개정하지 않아 불편을 겪는 기업들이 적잖다.

운송업체들은 19.5t 트럭에 배수관으로 사용되는 흄관을 3개 밖에 실어나르지 못한다. 흄관이 트럭 짐칸 폭과 똑같은 2.5m 길이로 제작되다 보니 가로로 실으려면 적재함을 열고 실어야 하는데 국도를 관리하는 지방국토관리청이 이를 불허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고속도로를 관리하는 한국도로공사는 적재함을 열더라도 도로교통법상 안전 기준 이내의 폭으로 화물을 단단히 묶어 떨어질 염려가 없으면 운행을 허가한다. 흄관 제조업체 관계자는"가로 방향으로 실으면 8개까지 실을 수 있는데 3개 밖에 싣지 못해 운송비가 두 배 이상 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한상의.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무역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경제 5단체는 이처럼 불합리한 규제 94건을 조사해 규제개혁기획단에 제출했다고 6일 밝혔다. 분야별로 ▶주택.건설 관련 27건을 비롯해 ▶환경 26건▶공장입지 12건▶노동.안전 11건▶유통.물류 8건▶금융.세제 8건▶공정거래 2건 등이다.

유형별로 보면 ▶규제를 완화하기로 결정했으나 후속조치를 하지 않아 규제 완화 효과가 없는 경우와▶법령이나 정책 변경으로 오히려 규제가 강화된 경우▶시장환경의 변화에 맞지 않는 불합리하게 규제가 지속되는 경우 등이다.

경제5단체는 공장입지와 관련해선 농림지역 내 농산물 가공처리시설은 국토계획법이 바뀌면서 증축이 안되고, 국가산업단지 내 녹지비율 규제 때문에 인접부지에 공장을 증축할 수 없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차진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