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경의야호얼리어답터] 안 보이는 일기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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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그러나 비밀은 누설되기 쉽다. 일기장이나 미니 홈피, 블로그 등에 기록해 혼자만 볼 수 있게 보안을 철저히 한다고 하더라도 비밀은 언제든 누설될 가능성이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주민등록번호도 도용당하는 시대인데 마음만 먹으면 뭔들 못 캐내겠는가? 알아내고자 하는 사람이 있으면 더 숨기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제품개발자들은 늘 '창과 방패'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일기장'이라는 제품도 비밀을 숨기고자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말 그대로 보이지 않는 일기장이다. 일기장은 있되, 그 속에 적힌 글은 볼 수가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일기 내용이 보이지 않게 되어 있다. 다 쓴 일기장이라고 해도 믿을 사람이 없다. 그냥 눈으로 보기에는 여전히 아무것도 기록되어 있지 않은 빈 노트만 보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밀일기를 볼 수 있게 해주는 조명을 종이에 비추면 일기내용은 곧바로 나타난다. 어떻게 된 일일까?

언뜻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 일기장을 '보이지 않는 일기장'이라는 기발한 제품으로 변신하게 해준 것은 바로 '무색 형광펜과 조명'에 있다. '보이지 않는 일기장'을 구입하면 불빛이 나오는 무색 형광펜이 동봉되어 있다. 이 펜으로 일기를 쓰게 되면 글씨가 전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마음껏 속마음을 털어놔도 육안으로는 도저히 식별이 불가능하다. 다만, 형광펜 뚜껑에 장착된 보라색 라이트를 켜서 일기장을 비추면 그제야 자신이 쓴 글자가 눈에 보이게 된다.

대형 놀이공원이나 파티장 등에 갔을 때 입장권 대신 손목에 투명한 도장을 찍어본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일반 불빛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도장이 푸르스름한 불빛 아래에서는 선명하게 나타나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바로 이 원리를 그대로 일기장에 적용한 것이다.

형광잉크는 자외선에 반응하면 더 밝게 빛을 발하는 게 특징인데, 이 펜에 사용된 형광잉크는 일반 형광펜에 있는 잉크와는 달리 눈에 띄지 않게 무색으로 만들어진 것. 따라서 일반 조명에서는 보이지 않다가 투명한 형광펜을 볼 수 있게 해주는 푸른색의 조명을 비추면 글자가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다. 이러한 투명한 형광잉크는 보안을 필요로 하는 업무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물론 '보이지 않는 일기장'은 투명한 형광펜만을 믿지는 않았다. 일반 일기장과 마찬가지로 자물쇠로 잠글 수 있도록 한 번 더 비밀보안에 신경을 썼다.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비밀을 안전하게 간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비밀일기를 쓸 수 있는 투명 형광펜과 일기의 열쇠 역할을 하는 보라색 조명까지 잘 보관해야 하니 말이다. 그러나 기업에서 주로 보안용으로 사용하던 제품을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내 '보이지 않는 일기장'에 적용시킨 것은 매우 신선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어차피 '완전한 비밀보장이 불가능한 시대'라면 찾기 어려운 새로운 방식의 열쇠를 만들어내는 것도 새로운 시도일 것 같다. '보이지 않는 일기장'의 열쇠는 바로 '보이지 않게 해주는 펜'이 아닐까? 제품 문의는 (www.iqhk.com)

조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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