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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특위 전초전…앞길 험난예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극한용어」써가며 맹공>
○…5일의 국회본회의는 광주문제를 둘러싸고 평민당의 정웅의원이 「전두환일당」 「학살주범」「사전음모」등 극한 용어를 써가며 정부·여당측을 공격. 이에 오자복장관은 군사작전 일지까지 동원하며 조목조목 대응하고 나서 여야간 한바탕 임씨름장.
이날의 공방은 광주사태가 군부실력자들에 의해 사전에 계획된 각본이었느냐의 여부, 사태당시의 발포명령권자는 누구였느냐는 점, 정호용특전사령관의 역할은 무엇이었느냐는 점에 초점이 모아졌으며 평민당의 정웅의원이 이 시점에서 민정당의 정의원을 사태의 중심에 끌어들인 배경이 무엇이었겠느냐는 점에 대해서도 많은 의문이 제기.
특히 국회광주특위의 가동을 앞두고 벌어진 이날의 공방은 특위활동의 전초전이었는데 사태 당사자들이 경험과 자료를 토대로 맞닥뜨렸음에도 흑백이 가려지지 않아 특위활동의 어려움을 예고.
이날 오후 일곱번째로 등단한 정의원은 『광주민중항쟁은 12·12사태를 장악한 일부 정치군인들이 대통령직을 탈취하기 위해 조작한 사건』이라며 『국가안보라는 미명아래 공수부대 병력을 투입시켜 공비토벌을 방불케하는 작전을 강행했다』며 맹공.
이에 민정당 정창화수석부총무가 앞장서고 군출신 정동호·이광노의원등이 고함을 쳤고 평민당에서는 광주출신인 신기하·정상용의원등이 맞고함을 쳐 그대로 군출신대 광주출신의 맞대결 양상. 정의원은 자신이 상부의 명령을 어겨가면서까지 무혈진압작전을 전개했더니 윤흥정계엄 분소장과 정호용사령관이 자신의 작전통제권을 박탈했다며 『광주민중항쟁중에 있었던 발포명령은 계엄분소장과 특전사령관이 결정했다』고 주장.
소란 가운데 정의원은 질문을 마치고 『광주애국시민 만세』를 외친뒤 하단했는데 이 때 민정당의석에서는 야유가 쏟아졌고 평민당 의석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와 대조.
정의원은 동료의원들의 악수공세속에 자리에 돌아 갔는데 김대중총재는 이례적으로 정의원자리까지 걸어가 어깨를 감싸안으며 격려.
조금 흥분한 정의원은 본회의장을 나와 동료의원들과 평민당원내총무실로 갔는데 이 자리에서 정의원은 『나는 혼자서 6공화국 전체와 싸우는데 평민당이 날 지켜주지 않으면 누가 지켜주겠느냐』며 지원을 호소.

<정호용의원도 답변경청>
○…정의원의 질문에 대해 맨 마지막으로 등단한 민정당의 김정길의원은 『정의원의 광주사태발언은 다분히 당시 향토사단장으로서 책임져야할 사항을 타인에게 전가시키고 있다』 며 『향토사단장은 무려 다섯차례나 발포권한을 달라고 건의하고 작전부대에 발포명령을 하달했는데 사실인가』라고 한걸음 더나가 역공.
김의원은 특히 당시 특전사령관인 정호용의원의 역할을 규명하고 정웅의원이 향토사단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을 부각시키는데 주력.
김의원의 질문이 계속되는동안 평민당의원들은 별다른 야유를 보내지 않았으나 오자복장관의 답변부분에선 결국 고함이 폭발.
오장관이 『정의원이 지적한 정특전사령관의 관련부분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당시 군지휘계통의 책임은 5월18일부터 21일까지는 31사단장인 정웅의원에게, 22일부터 27일까지는 계엄분소장인 소준열장군에게 있다』고 답변하자 민정당의석에선 웃음이 터졌고 평민당의석에선『군부세력 물러나라』는등의 고함이 나왔다.
한편 정의원의 질문 때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정호용·유학성의원은 오장관 발언 때는의석에 앉아 경청했고 오장관의 답변에 흥분한 일부 방청객들은 『국방장관 물러나라』는등의 고함을 친뒤 퇴장.

<현장증언적 진술 평가>
○…평민당은 6일 정웅의원의 정면돌파식 광주관련 질문을『현장증언적 성격을 띤 역사적 진술』이라고 평가한 반면 오자복국방장관의 답변에 대해선『반성기미가 없는 도전적 발언』이라고 비난.
김대중총재는 이날 아침 『마치 자기들만이 안보와 국방에 대해 관심 있는 것 같이 말하고 광주사태를 저질러 놓고도 반성하는 기미조차 없다』며 오국방장관을 『겸손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비판.
최영근·조윤형부총재등은 정부측이 당시 31사단장이었던 정의원에게 책임을 돌리려 한다며 『한 야당의원이 이 시점에서 날짜와 시간까지 조작하면서 거대한 정부·여당 조직에 대결할 수 있겠느냐』고 반박.

<없었던 것 보다 나은 공방>
○…정웅의원의 발언에 대해 처음 크게 긴장했던 민정당측은 김정길의원의 반격이 효과적이었고 오자복국방장관의 『현지 사단장의 발포건의가 있었다』는 결정적인 뒷받침등으로『결과적으론 없었던 것 보다 나은 공방전』이었다고 자평.
이민섭당광주특위위원장은 6일 『정웅의원의 발언중엔 객관적인 사실과 동떨어진게 많아오히려 대응하기가 수월했다』면서 『우리는 언제든지 특위를 가동할 만반의 준비가 갖춰져있으며 특위를 통해 정확한 진상을 국민들에게 알리겠다』고 기염.
박준병사무총장은 『정웅의원이 그런식으로 나오지 않았다면 반격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얻고 잃고의 차원이 아니라 당리를 떠나 국가적인 문제인 만큼 진실을 밝히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고 여유.
한 당직자는 『광주사태 1차공방전은 여권의 승리였다』고 좋아하며 『광주문제에 관한한 객관적 자료가 층분한 만큼 자신 있다』고 의기양양(?).
한편 정호용의원은 당초 신상발언을 통해 해명하겠다고 희망했으나 당에서 『개인싸움이 되면 말려드는 것』이라고 만류하자 별도의 기자회견등을 구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신·5공 재무장관 논전>
○…6일 오전의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선 제5공화국의 경제정책수행을 둘러싸고 유신 때재무장관을 역임했던 김룡환의원 (공화)과 5공화국 초기에 재무장관을 지낸 이승윤의원(민정)간에 치열한 논리적 공방이 벌어져 눈길.
첫 질의에 나선 김의원이 5공화국의 각종 경제시책들을「실패」로 몰아붙이며 공세를 취하자 이어 단상에 오른 이의원은 『5공화국 초대 국무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김의원이 제기한 문제에 한마디만 하겠다』고 반격을 시작.
이의원은『3공화국으로부터 물려받았던 우리 경제는 당시 파산 일보직전이었다』고 반박하고 『5공화국이 취했던 물가안정정책은 결과적으로 목적을 달성해 고도성장을 가능하게 했다』고 주장.
이의원의 발언도중 공화당의석에서는 『새빨간 거짓말이다』『창피하다 내려와라』는 등의 야유가 쏟아졌고 이에 민정당의원들이 『들어봐』 『계속해』라고 맞받아쳐 소란이 벌어졌는데 평민·민주의원들은 웃으며 방관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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