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의 비누업체, 친문 팟캐스트에 수백만원 내고 광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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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으로 경찰에 구속된 김모(49·필명 드루킹)씨 등이 운영한 수제비누 판매 업체 ‘플로랄맘’이 지난해 7월 수백만원을 들여 친문성향 정치 팟캐스트 방송에 광고를 집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플로랄맘은 김씨가 조직한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의 자금 마련을 위해 운영한 것으로 의심받는 업체다. 업체 대표 박모(30)씨는 댓글 조작을 위한 매크로 프로그램을 내려받은 인물이다.

개당 1만원대 수제 비누 판매 #작년 7월 한달간 광고 7회 내보내 #경찰, 경공모 자금 마련 통로 추정

18일 팟캐스트 서비스 팟빵에 따르면 플로랄맘은 지난해 7월 ‘정치신세계’ 팟캐스트에 오프닝 광고를 집행했다. 2일부터 28일까지 총 7회 분량이다. 정치신세계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노골적인 친문 팟캐스트를 표방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해철 의원, 박원순 시장 등 민주당 인사들이 출연했다. 시사 부문 방송에서 2~3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팟캐스트 광고는 플랫폼 사업자 팟빵을 통하거나 제작진이 직접 수주하는 방식 두 가지로 나뉜다. 팟빵에 따르면 플로랄맘의 광고는 제작진이 직접 받은 것이다. 팟빵 관계자는 “이전에 팟빵을 통해 해당 팟캐스트에 광고를 집행한 경험으로 보면 통상 광고집행 비용은 월 200만~300만원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팟캐스트에 고정출연 중인 하모(47)씨는 “드루킹 관련 업체인지 모르고 광고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드루킹이 친문 성향의 오프라인 조직인 ‘경인선’에 참여하는 점 등에 비춰볼 때 제작진과 사전 교감이 있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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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랄맘은 홈페이지뿐 아니라 오픈마켓 등 다양한 경로로 비누 판매를 시도하기도 했다. 오픈마켓 옥션에는 상호가 ‘느릅나무’로 된 ‘floralmum’의 상품 페이지가 개설돼 있다. 플로랄맘 홈페이지에 따르면 비누의 가격은 개당 1만2000~1만6000원 선으로 비싼 편이다. 주방용품부터 오일까지 다양한 제품을 판매 중인데, 지금까지 사용후기로 올라온 것만 1000건이 넘는다.

경찰은 드루킹 김씨가 유료강연과 플로랄맘 물품 판매로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11억원에 달하는 연간 출판사 운영비를 충당하기엔 충분치 않다고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주변인의 계좌 30여 개를 분석해 자금 흐름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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