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눈 보며 말해줬다" 위기의 아베, 눈물나는 구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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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가 납치문제를 (북ㆍ미 정상회담에서)거론해 달라고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하겠다’고 했다. 특히 대통령이 몸을 앞으로 내밀듯 하며 총리의 눈을 보면서 힘 있게 발언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베스트를 다하겠다’는 말도 이때 한 것이다.”

17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정상회담을 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P=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정상회담을 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P=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미국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결과를 기자들에게 브리핑하던
일본 정부 관계자가 한 얘기다.

日관계자 브리핑서 "트럼프가 몸 내밀며 약속" #아베 "일본인 납치 문제 거론해달라" 부탁에 #"트럼프 일본 위해 최선 다하기로 했다"홍보 #외교 성과 강조 국내 위기 탈피하려는 전략 #국내에선 "아베가 중의원 또 해산할지 몰라"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거론해달라는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의 부탁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화답했는지를 그는 생생하게 묘사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일본에게도 최선이 되도록 베스트를 다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반복해 부각했다.

이날 회담은 양국 정상과 통역만이 참석한 55분 간의 단독회담, 또 일부 관계자가 추가로 배석한 70분 간의 확대회담으로 진행됐다.

관련 내용을 브리핑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 베스트를 다하겠다고 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구체적인 대화 내용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피하겠다”면서도 분위기에 대해선 “너무나 솔직하고 진지했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에 계속 압력을 가해야 한다”는 아베 총리의 지론을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에 대해서 강한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내용은 조곤조곤 알리면서도 양국이 갈등을 빚고 있는 무역이나 경제 문제에 대해선 “내일 더 논의키로 했으니 오늘은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겠다”고 얼버무렸다.

아베 총리는 회담에서 미국의 시리아 공격에 대해 "화학무기 사용은 허용할 수 없다는 미국과 영국,프랑스의 결의를 지지한다"고 했다.

아베 총리는 또 단독회담뒤엔 “단 둘이서 북한 문제와 경제에 대해 아주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매우 중요한 점에 있어서 의견 일치를 봤다”고 성과를 강조했다.

17일 미국과 일본 정상 부부들이 참석한 만찬. [로이터=연합뉴스]

17일 미국과 일본 정상 부부들이 참석한 만찬. [로이터=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는 도쿄 총리관저에서 진행된 정례브리핑에서 “너무나 솔직하고 깊이 있는 의견 교환이 이뤄져 너무나 유의미했다고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일본 정부 전체가 필사적으로 나서 미ㆍ일 정상회담의 성과를 홍보하는 모양새다.
이는 현재 아베 총리가 처한 상황과 맞물려있다. 아베 총리는 각종 사학재단 관련 스캔들에다 재무성 사무차관의 성희롱 논란 등으로 최악의 위기에 몰려있다. 심지어 지난해 이미 한 차례 써먹은 ‘중의원 해산 카드’를 다시 빼들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총리 주변의 위기감은 강하다.

아베 총리의 측근인 이지마 이사오(飯島勲)내각관방참여도 방송에 출연해 “하루라도 빨리 해산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야당에서도 “실제로 갑작스러운 중의원 해산에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선거를 치른 지 6개월도 안된 상황에서 중의원 해산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아베 총리가 기댈 수 있는 건 외교안보 분야의 카드 뿐이다. 일본인 납치문제와 북한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어떻게든 리더십을 발휘해 성난 일본 내 민심을 가라앉혀 보겠다는 게 아베 총리의 계산이다.

이런 아베 총리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마지막 희망이나 다름 없는 존재다. 하지만 18일로 예정된 이틀째 회담에선 껄끄러운 경제ㆍ무역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가 오갈 예정이어서 회담 성과가 아베 총리의 기대 만큼 따라줄지는 극히 불투명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앞)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11월 도쿄 인근 가스미가세키 골프장에서 서로 주먹을 맞대는 인사를 하고 있다. 이 때가 두 번째 골프 회동이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앞)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11월 도쿄 인근 가스미가세키 골프장에서 서로 주먹을 맞대는 인사를 하고 있다. 이 때가 두 번째 골프 회동이었다. [연합뉴스]

트럼프 취임이후 세번째인 두 사람의 골프 라운딩도 진행되지만, 예전만큼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일본 언론들은 예상한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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