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이 전면에 나서야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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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최근 대학가의 교권유린폭력사태가 사회에 큰 충격을 던지고 있다.
폭력은 어떤 명분으로도 용납될수 없다는 비판과 함께 대학의 권위와 교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제 교수들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자각도 나오고 있다. 서울대 사태를 계기로 교권의 위기를 보는 각계의 시각과 해결의 처방을 들어본다.
◇김신행교수(서울대·국제경제학)=다같이 걱정해야한다. 이제는 학생지도가 종전 위에서부터 수직적인 관계에 의해 이뤄진것을 수평적 관계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몇몇 보직교수말고도 교수전체가 사제관계의 재정립을 위해 나서야한다.
최근 충격적인 사태에 대한 논의를 위해 열린 몇차례의 교수회의에서 이점에서 어느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고본다.
우선 교수들이 외면하거나 침묵하지말고 나서야한다. 그래서 진정한 문제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제자들과 기탄없는 대화를 나눠야한다.
◇송복교수 (연세대·사회학)=도저히 있을수 없는 일이며, 용서할 수도 없는일이다.
봉사라는 이름하에 돈을 요구하며 폭력을 행사하는것은 어불성설이며, 극히 일부의 학생들이 조직화되어 나머지 90%이상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고있다.
의식화된 학생들은 물론이고 이를 알면서도 방관하는 다수학생들과 교수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교수와 학부모등 모든 사람들이 이들을 꾸짖고 타일러 소수화시키고 고립화시켜 점차적으로 세력을 없애나가야 할 것이다.
◇오충일 목사 (기독학생회연맹이사장)=보도를 보면서 무엇보다도 학교당국과 학생사이에 전혀 대화가 되지않는 현실이 슬펐다.
교수의 학생에 대한 사랑과 학생의 교수에 대한 존경이 완전히 깨진 느낌이다. 인간관계의 가장 기초인 상호존중이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교육이 이루어질수 있겠는가.
학생들의 폭력행위는 그동안의 비민주적 교육상황에서 민주적 욕구가 분출하는 과도적 현상으로 이해하지만 교육은 근본적으로 인격과 인격의 만남이기에 사랑과 존경의 회복이 시급하다.
이를위해 학교만이 아닌 기성정치인과 모든 사람들이 한발짝씩 물러나 자성하며 민족의 장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수호씨 (신일고교사·「서교협」회장)=학생들이 폭력을 사용하는것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용납될 수없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해결을 위해서는 일방적으로 학생들을 질책하는 것도 옳은 방법이 되지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을 적으로 몰아붙여 싸움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일부핵심세력을 더욱 과격하게 만드는 비교육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이같은 행동을 하기까지의 동기나 샤회적배경을 이해해 교수의 권위를 살리고 학생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사태가 매듭지어지기를 바란다.
교수와 학생 모두가 우는 심정으로 이번 사태에 대처해야 한다.
◇유인의변호사=지성인을 자처하는 대학생들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총장실집기를 부수고 스승들에게 폭언까지 서슴지 않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수 없다.
지성인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민주적 가치관을가꿔야한다.
스승과 제자 사이의 최소한의 예의도 파괴해버린 일부 대학생들의 최근 행동을 보면 학생들이 지난해 민주화과정에서의 자신들의 역할을 잘못 해석하는것 같다.
◇여은주양 (이대국문과3년) =학생들이 폭력을 사용하고 교수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학생들은 학생운동의 명분과 도덕성이 여론에 의해 손상받지 않도록 운동방법에서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런 사태가 일어난 배경에는 교수와 학교측이 학생들에 의해 심한 불신을 받아왔다는 사실이 깔려있으므로 그 원인적 해결에서도 노력해야 할것이다.
◇송월주스님(영화사주지)=학원내에서는 물론 최근 봉은사사태에서 보듯 종교계에서도 폭력은 없어져야한다. 아무리 목적이 정당해도 수단이 정당성을 상실하면 목적자체도 의미를 잃게된다.
대화를 통해 사태를 해결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교수와 학교측도 평소에 학생들의 건전한 주장은 충분히 수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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