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천적 모비스 - KCC PO 외나무다리서 만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아 참 나, 그 친구… 좀 이겨 주지. 골치가 아프네요."

프로농구 모비스의 유재학 감독은 4강전 파트너로 KCC가 올라오자 농담을 섞어 친구인 KTF 추일승 감독을 원망(?)했다. 모비스는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지만 유독 KCC에 약했고, 유 감독은 그 이유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비스 선수들은 조성원(35).이상민(34).추승균(32) 등 KCC 베테랑들의 노련미에 말려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고, 그 결과 시즌 전적 2승4패로 밀렸다.

"사실은 1승5패예요. KCC가 6차전에서는 제대로 하지 않았잖아요. 그래도 고전(93-85 승)했고요. 내용은 완패인 걸요."

모비스 입장에서는 준결승 상대로 KTF가 '만만'했다. 시즌 전적 3승3패로 대등했고 이기면 쉽게, 질 때는 아깝게 졌다. 그러나 이제 대책이 급해졌다. 유 감독은 특유의 '반어법'으로 각오를 드러냈다. "차라리 잘됐다. KCC마저 깨끗이 이기고 우승해야 진짜 우승 아니겠느냐.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며.

"숨길 게 뭐 있느냐"며 작전도 털어놓았다. 유 감독은 "KCC가 잘하는 플레이를 방해하겠다. 거친 수비로 2 대 2 지역 공격을 차단하고 스피드와 체력으로 밀어붙이겠다"고 다짐했다. "우리 선수들이 정신없이 수비하고 맞받아치다 보면 선배들의 얼굴을 쳐다볼 새도, 그러니까 부담을 느낄 새도 없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2일 KTF를 누르고 준결승에 오른 KCC의 허재 감독은 모비스가 KCC에 약하다는 말에 손사래를 쳤다. "그런 평가가 우리 팀과 선수들에게는 '쥐약'이다. 플레이오프는 정규리그의 연장이 아니므로 시즌 전적은 무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허 감독은 "모비스는 팀워크가 좋고 선수들의 자신감도 대단하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5전3선승제의 플레이오프와 관련, 재미있는 예고도 했다.

"(유)재학이 형이 분명히 우리가 잘하는 플레이를 차단하려고 준비해 나올 것이다. 그런 예상을 깨뜨려 보겠다."

허진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