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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시위 단체도 보조금 지원대상…’ 정부, 인권위 권고따라 기존 조항 삭제

중앙일보

입력

김용진 기획재정부 차관(가운데)이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열린 제1차 보조금관리위원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김용진 기획재정부 차관(가운데)이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열린 제1차 보조금관리위원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정부가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에 따라 보조사업 대상에 ‘불법시위 단체’를 제외하기로 했던 조항을 삭제했다.

30일 기획재정부는 서울지방조달청에서 김용진 2차관 주재로 ‘제1차 보조금 관리위원회’를 열고 보조사업 연장 평가 결과와 부처별 보조금 부정수급 연간 점검계획 등을 논의했다.

정부는 효과가 떨어지는 정책이 관행적으로 지속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보조금법에 따라 매년 보조사업 연장 평가를 진행한다. 이번 평가 대상은 375개 보조사업에 13조 1000억원 규모다.

이날 정부는 앞으로 효과가 떨어지는 10개 사업을 향후 3년 내 폐지하고 예산 3000억원을 감축하기로 했다.

대표적으로 중소기업벤처기업부의 글로벌 중견기업 육성 인프라 구축 사업과 국토교통부의 평택 고덕 산업단지 공업용수도 건설사업 등에 폐지 결정을 내렸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제도 운영상의 미비점 등을 보완해 국가보조금 통합관리지침도 개정했다.

특히 보조금 사업 선정 대상에서 ‘불법시위를 주최 또는 주도한 단체’를 삭제하기로 했다.

이 조항은 지난 2009년 예산 집행지침에 처음 반영됐다. 이명박 정부 당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등에 반대하며 불법 집회를 한 1800여개 단체에 정부 보조금이 투입되는 것에 대한 반발 때문이었다.

그러다 박근혜 정부 들어 ‘불법 집회를 주최‧주도한 단체’로 대상이 확대됐다. 하지만 이 같은 조항이 헌법에 보장된 침해 자유를 침해한다며 반대 목소리도 꾸준히 나왔다.

이에 인권위는 지난해 12월 6일 “이 같은 규정이 직접 집회를 막는 것은 아니지만, 집회 참가 단체들을 굉장히 위축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조금 지원을 제한하는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남용될 우려가 있다”며 “집회의 자유는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에서 보장하는 권리로, 집회 제한은 법률에 근거해 한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각 부처가 부정수급 적발사업에 대한 처리 결과를 전산 시스템에 입력하고 보조금관리위원회에 제출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보조금의 원활한 집행을 위해 지역주민 협의 등 사전 절차 이행 사업을 우선 정하고 자기부담금 확보가 불가피하게 늦어지면 국비를 우선 집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100억 원 이상의 보조사업, 공모방식이 아닌 사업 등 965개 사업에 대한 연간 점검계획도 마련했다.

소관 부처는 교부조건 이행, 횡령·전용 등 사업 전반에 관한 사항을 점검해 교부 결정 취소 등 제재나 제도 개선 조치를 할 예정이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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