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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 꼼짝마" 퇴직경찰 등 구성 '스쿨 폴리스'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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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32년 동안 경찰관으로 일하다 2002년 정년 퇴임한 박종국(61)씨는 3일부터 다시 '경찰'이 된다. 서울 용산중학교에 출근해 학생 폭력이나 학교 주변 불량배를 감시하고 생활지도를 하는 '스쿨 폴리스(배움터지킴이)'가 된 것이다. 학생들에게 친근감을 주기 위해 제복 대신 사복을 입지만 마음은 설렌다. 박씨는 "학생들을 손자처럼 돌보며 바른 길로 이끄는 자상한 '할아버지 경찰'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백발이 성성한 남효발(68)씨도 스쿨 폴리스다. 38년간 교단을 지켰던 그는 "'삐딱이'아이들도 사랑으로 대하면 모두 착한 애로 돌아온다"며 "애들과 함께 지낼 수 있게 돼 10년은 젊어진 기분"이라고 했다.

학교 폭력의 파수꾼이면서 고민도 들어주는 '스쿨 폴리스'가 활동을 시작한다. 3일부터 전국 100개교(중학교 73곳, 고교 25곳, 초등 2곳)에 학교당 두 명, 모두 200명이 활동한다. 교육인적자원부와 경찰청은 학교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지난해 시범 도입했던 스쿨 폴리스를 올해는 대폭 확대했다. 지난해에는 11월부터 두 달 동안에만 71곳에서 100명이 활동했다.

16개 시.도 교육청별로 지난달 뽑은 스쿨 폴리스는 ▶퇴직 경찰(103명) ▶퇴직 교원(63명) ▶상담사 등 청소년 전문가(34명)들이다. 경쟁률이 2대 1을 넘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서울 방배동 교육인적자원연수원에서 발대식을 하고 '학교 폭력 추방'결의를 다졌다. 스쿨 폴리스들은 매일(월~금)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담당 학교에서 근무한다. 내년 2월까지 학생들의 등.하교 지도는 물론 점심시간.자율학습시간 등 교사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취약시간에 교내를 돌며 학생들을 살핀다. 학생들 간 다툼이나 불미스러운 장면을 발견하면 즉시 현장 지도하고 상담도 해준다. 수당은 하루 3만원.

일선 학교도 반긴다. 서울 상계제일중 구재우 교감은 "1260여 명의 학생을 63명의 교사가 하루 종일 돌보기란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니다"며 "스쿨 폴리스가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영유 기자

스쿨 폴리스, 미국에선
현직 경찰이 학교 폭력 직접 대응
상담.교육 등 다양한 역할 맡아

미국에서는 이미 50년 전부터 학교경찰(school police)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처럼 은퇴경찰이나 퇴직 교원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다. 현직 경찰이 학교 내 폭력사건 등을 처리한다.

형태도 다양하다. 학교 안에 경비 인력을 상주시키거나 특정 지역에 독립된 학교경찰국을 세운 지역이 있다. 학교지원 경찰(School Resource Officers)이라 부르는 경찰관을 채용해 폭력 대응뿐 아니라 상담과 교육 역할까지 맡기거나 비번 경찰관을 파트 타임으로 학교에 근무시키기도 한다.

미국 내 가장 규모가 큰 '로스앤젤레스 학교 경찰국'(LASPD)은 2002년 초.중.고교 내에 현직 경찰관을 배치했다. 교사.학생들과 긍정적인 유대 관계를 맺어 폭력사태 등을 사전에 막기 위한 것이다. 뉴욕주는 2004년부터 150명의 현직 경찰관으로 구성된 학교 특별대책팀을 구성해 폭력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중.고교에 파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도 경찰이 교내에 상주하는 것에 대한 교육권 침해 논란이 있다. LASPD는 이런 논란을 줄이기 위해 폭력 대응뿐 아니라 학생에게 멘토링을 하거나 다양한 과외활동을 제공하기도 한다.

인디애나폴리스에선 학교에서 근무할 경찰관으로 학부모이면서 그 지역에서 사는 사람을 우선 선발한다. 자신의 아이가 학교에 다니고 있으면 학교 폭력과 안전이라는 문제를 절실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는 학교경찰에 현직 경찰을 활용하지 않는다. 학교 폭력의 빈도나 강도가 아직은 미국보다 세지 않기 때문이다. 또 정년 퇴임한 교사나 상담인력으로 학교폭력 방지보다는 학생들의 인성교육에 역점을 둔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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