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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격화」벗어나 「자율」대폭확대|"막강국회"… 이렇게 바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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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회의 모습이 크게 바뀌게됐다. 13일 통과된 새 국회법으로 청문회제도를 도입하고 TV중계도 할 수 있게돼 종래의 모습과는 다르게 비쳐지게됐다.
새 헌법으로 국회권능이 강화된 기본 위에 다시 국회법 개정으로 의원의 권한을 강화시켜 야당의 덩치가 더 커진 13대 국회는 「2중의 변화」를 겪게됐다.
개정안은 대외적으로 위축된 권능을 회복하고 내부적으론 의원 자율에 맡기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유신 이래의 독소문제조항을 없애는데 출발점을 두고있다.
즉 행정부 시녀·「통법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대정부 견제·비판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으며 안으론 의장의 통제, 규격화된 의정활동체계를 풀어버렸다.
새 국회법은 정기국회 회기가1백일로 늘어난 새 헌법에 따라 개회 일을 9월10일(종전 9월20일)로 당겼으며 본회의 및 위원회 소집요구 정족수를 재적4분의1이상으로 줄여 마음만 먹으면 연중 개점할 수 있게됐다.
의원을 본업 외의 겸직·명예직으로 격하시킨 제5공화국 국회법의·상징인 오후2시 개의제도도 없어졌다.
이번 개정안중 핵심적 변화의 하나는. 청문회제도의 신설. 앞으로 국정조사나 감사 때는 물론 상임위원회에서도 뭔가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증인·참고인 등을 불러 사실을 캐고 증거로 채택할 수 있다.
청문회는 미국식 모델을 들여온 것으로, 가령 70년대 박동선 사건 때의 미 하원 프레이저 청문회 같은 것이다.
앞으로 청문회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선 국회에서의 증언·감정법 등이 보완돼야한다.
TV카메라 앞에 문호들 전면 개방한 것도 두드러진 변화의 대목이다.
이전엔 의장이 제한적으로 허용했던 것을 고쳐 앞으로 TV사가 비공개의결이 없는 한 마음만 먹으면(TV사 자율원칙)회의진행을 생 중계할 수 있다.
의정중계는 의회주의정치의 하나의 흐름이며 일본의 경우 NHK가 종일 방영하고 있는데, △편파 또는 의도적으로 의원에게 불리한 것만 방영하거나 △의원들이 TV를 의식, 인기위주의 발언만을 한다든지 하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장치 마련이 추가숙제로 남아있다.
새 국회법의 또 하나 커다란 변화는 의장의 권한을 대폭 줄여버린 점이다.
우선 속기록을 의장직권으로 삭제했던 것을 없애고 마이크 및 속기중단, 발언의 취소조항을 없앴다.
또 그동안 여당 측이 날치기 통과 때 부가의 보도처럼 써먹었던 의장의 경호권 발동에 제한을 둬 경찰 파견을 정부측에 요구할 때 운영위의 동의를 얻도록 했으며 파견경찰관은 아예 의사당 건물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했다.
의사일정작성에서 운영위와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공전을 막는다는 취지에서 의장이 독자적으로 일정을 작성할 수 있게 했으나 기본적으로 의사일정 변경, 발언자수 조정, 질의 또는 토론종결에 관해서는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하거나 본회의 의결을 얻도록 했다.
의장의 국회운영 단독결정권을 배제하고 운영위나 원내총무와 협의토록 중간과정을 거치도록 한 것이다.
끝까지 논란이 된 국회 사무총장 임면절차는 교섭단체대표들과 협의를 거치도록 절충, 야당 측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길을 터놓았다.
이처럼 의장의 권한을 대폭 축소한 것은 과거의 규제위주국회운영에서 위축됐던 반사적 심리가 작용한 것이지만 자칫하면 원내질서 유지에 문제를 야기시킬 수도 있다는 소지가 있다.
국회 도서관의 지위를 격상시킨 것도 국회의 긍정적 측면의 하나며 각 교섭단체의 정책연구활동지원을 위해 정책연구위원을 두도록 했다.
이번 국회법은 그동안 가끔 의원징계사유로 들먹여졌던 조항을 없앴다.
즉 회의 중 의장 및 위원장의 허가 없이 연단과 단상에의 등단금지조항도 없애고 모자·외투·지망이등의 회의장 반입 금지조항도 삭제했다. 품위유지를 자율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위원회에서의 발언자수 및 발언시간은 위원장이 제한할 수 있던 것을 삭제했으며 △의원의 발언시간도 늘리고(30분) 의사진행 발언시간 제한도 없앴다.
국회법 중 진전된 대목의 하나는 위원회의 진행을 1문1답 식으로도 할 수 있게 한 부분이다.
이제까지는 의원이 질문서를 연설식으로 장황하게 낭독하고 나면 장관이 답변서를 읽고 그것으로 그치는 형식적인 진행이 일쑤였다.
1문1답식 진행은 의원이나 장관 모두 현안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할 수 있으므로 평소 공부하지 않으면 안돼 국회의 질 향상을 위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새 국회법은 견제·비판기능을 회복하고 의원 스스로의 자율을 존중했다. 그러나 이같은 개정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4당 체제로 원숙한 운영과 의원개개인의 책임 있는 의사활동이 전제가 된다.
만약 그렇지 못하고 4당 체제가 뒤뚱거리거나 의원들이 자율적 책임의 범위를 벗어나게 되면 국회는 원내질서유지의 중심이 없어 혼란 속에 빠질 우려도 있는 것이다.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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