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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훈·양동근, 첫 공동 MVP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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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국내 프로농구 사상 처음으로 공동 MVP로 선정된 서장훈(왼쪽)과 양동근이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들고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농구 출범 후 열 시즌째.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위해 두 개의 트로피가 필요했다. 처음 있는 일이다.

정규리그 1위 팀 모비스의 양동근과 2위 팀 삼성의 서장훈이 공동 MVP가 됐다. 두 선수는 28일 서울 삼성동의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05~2006 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한국농구연맹(KBL) 출입기자단 유효 투표 73표 가운데 똑같이 30표씩 얻어 공동 MVP에 선정됐다.

서장훈은 SK 소속이었던 1999~2000시즌에 이어 두 번째 MVP를 거머쥐었고, 양동근은 2004~2005시즌 신인상에 이어 MVP를 차지하는 영광을 안았다. 두 선수는 각각 트로피와 상금 1000만원을 받았다.

예상 밖이었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모비스의 정규리그 우승은 외국인 선수 크리스 윌리엄스의 절대적인 활약에 의존한 결과였으므로 양동근 등 국내 선수의 기여도는 낮았고, 서장훈은 삼성의 간판으로서 국내 선수 가운데 득점 1위, 리바운드 2위를 했지만 소속팀이 2위에 그친 핸디캡이 있었다. 농구 기자들 사이에 개인 기록은 떨어지지만 우승팀에서 MVP가 나와야 한다는 의견과 MVP는 개인 기록이 우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했다. 고심한 흔적은 투표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모비스 양동근은 "MVP가 되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다"면서도 "처음에 (서)장훈이 형 이름이 먼저 발표됐을 때 아쉬웠지만 '앞으로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했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팀 동료 모두가 열심히 뛴 덕에 내가 MVP를 받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양동근은 올 시즌 53경기에 출전해 경기당 12.5득점으로 국내 선수 가운데 10위, 어시스트 4.83개로 외국인 선수까지 합쳐 9위였다. 김승현(오리온스).이상민(KCC) 등 특급 포인트가드와 비교될 만한 리딩 능력을 보이지 못했지만 젊은 선수다운 패기로 팀에 힘을 불어넣었다.

서장훈은 프로농구 최초로 올 시즌 개인 통산 8000득점을 돌파하면서 경기당 19.6득점으로 국내 선수 중 1위, 리바운드 2위(5.8개)를 기록해 삼성을 2000~2001시즌 이후 5년 만에 플레이오프 4강에 올려 놓았다.

서장훈은 "아버지께서 '행사 끝나면 맘 상하지 말고 빨리 들어와라. 술 한잔 하자'고 하셨다. MVP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이런저런 일로 욕을 많이 먹는 아들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한 부모님께 감사한다"며 목이 메기도 했다.

SK의 방성윤은 69표를 얻어 평생 한 번뿐인 신인상을 받았다. 미국프로농구(NBA) 하부리그인 NBDL에서 뛰다 돌아온 방성윤은 이번 시즌 평균득점에서 국내 선수 중 3위(17.1득점)에 올랐다.

허진석.강인식 기자

프로농구 첫 8000득점 '국보급 센터' 이름값

◆서장훈

서장훈(2m7cm)은 휘문고 시절부터 스타였다. 한기범(2m7㎝)의 높이와 김유택(1m98㎝)의 테크닉을 동시에 갖춘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1993년 연세대에 진학한 뒤 국내 무대를 평정하며 '국보급 센터'라는 별명을 얻었다.

프로 무대에서도 늘 최고 대접을 받았다. '연봉 랭킹 1위'는 늘 그의 차지였다. 꾸준한 활약으로 이름값도 했다. 올해 1월 14일에는 98년 데뷔 후 8시즌, 344경기 만에 프로농구 통산 첫 8000득점을 돌파했다.

그러나 '매너가 나쁘다' '열심히 뛰지 않는다' '지나치게 외곽으로 돈다' 등 혹평도 많이 받았다. 서장훈은 "처음에는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인터넷은 아예 열어 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요즘에는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로 삼는다"고 말했다.

돌파력 좋고 슛 정확 신인왕 이어 MVP까지

◆ 양동근

용산고 시절부터 에이스였다. 돌파력이 좋고 슛이 정확했다. 한양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시야가 좁다는 평을 받기도 했으나 전형적인 공격형 가드(2번 가드)였다.

2004년 2월 4일,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을 가진 모비스의 장일 감독대행(현 중앙대 감독)은 가드가 필요했고 양동근과 연세대 출신의 이정석(삼성)을 놓고 고민했다. 장 대행은 지나가던 용산고 출신 선배에게 "누구 뽑아야 하느냐"고 물었고, 그 선배는 "너희 팀을 끌고 가려면 사나워야 해"라는 선문답 같은 대답을 했다.

장 대행은 주저 없이 양동근을 지명했다. 그렇게 뽑은 양동근이 신인왕에 올랐고, 2년째에 MVP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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