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택 압수수색당한 채양기 현대차 사장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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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광주 조대부고와 조선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 현대자동차에 입사, 외자부 및 할부 관리 업무 등을 담당했다. 채 사장은 계열사인 케피코.해비치레저의 등기감사와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등기이사도 맡고 있다. 계열사 내 직함이 무려 다섯 개에 달할 정도다.

◆ '초원복집'으로 맺은 정 회장과의 인연=그는 해군장교(중위 제대) 법무병과 출신으로 정보를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사람 사귀기를 좋아하며, 한번 맺은 인연을 끝까지 이어가는 스타일이다. 채 사장과 정 회장의 인연은 92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대선에 출마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부산에서 통일국민당 법률지원실장(차장급)으로 일했던 그는 소위 '초원복집' 사건을 낚아냈다. 뛰어난 정보력으로 복집에 부산의 거물 인사들이 모이는 것을 알아냈고, 옆방에 잠복해 대화 내용을 녹취했다. 이 내용을 가장 먼저 당시 선거대책위를 맡고 있던 정몽구 현대정공 사장에게 보고한 사람이 채 사장이었다. 초원복집 사건은 영남권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역풍을 맞았지만 그의 정보력이 빛을 발한 사건이었고 정 회장과의 첫 인연을 맺게 해준 계기가 됐다. 특기가 웅변일 정도로 말을 잘해 친화력이 뛰어나고 기획.보고 능력도 뛰어나 정 회장의 신임을 얻었다고 한다.

◆ 이사에서 6년 만에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채 사장은 정 회장이 현대차 경영을 맡은 98년 정 회장과 다시 만나 이후 초고속으로 승진했다. 2000년 재경본부 재무관리실장(이사)을 맡은 뒤 해마다 한 단계씩 승진, 6년 만인 지난해 5월 기획총괄본부 사장에 올랐다. 현대차 관계자는 "채 사장은 일을 잘할 뿐 아니라 의리파로 알려져 있어 주변에 따르는 사람이 많았다"며 "특히 복잡한 상황 파악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 '왕자의 난'으로 맺은 김재록씨와의 인연=전남 함평이 고향인 그는 김재록씨와 호남 동향으로 친분을 다져 왔다. 2000년 현대그룹의 형제 간 경영권 다툼이 시작됐을 때 그는 김재록씨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경영진과 함께 김씨를 만났고 이후 친분을 쌓았다. 기획력이 뛰어난 김재록씨와 가깝게 지낸 그는 2001년부터 3년간 현대차 컨설팅을 아서앤더슨에 맡겼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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