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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88서울올림픽서 벤 존슨 잡은 한국 도핑의 산 역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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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권오승(왼쪽) KIST 도핑컨트롤센터장.

권오승(왼쪽) KIST 도핑컨트롤센터장.

KIST의 권오승(59) 도핑컨트롤센터장은 한국 도핑 검사의 산 역사다. 그는 88서울올림픽에 대비, 1985년 KIST에 도핑컨트롤센터(DCC)를 설립할 때, 약학대학 석사 출신으로 입사해 도핑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5년간의 미국 유학기간을 빼고는 지금껏 DCC에서 근무했다. 센터장에는 2009년 취임해 지금껏 ‘장기집권’ 중이다. 그를 얘기할 때는 벤 존슨을 빼먹을 수 없다. 벤 존슨 88서울올림픽 100m 달리기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고 금메달을 땄지만 이후 도핑한 사실이 드러나 메달을 몰수당했다. 권 센터장은 당시 입사 4년차 병역특례 연구원 신분으로 벤 존슨을 잡았다. 2일 DCC에서 권 센터장을 만났다.

권오승 KIST 도핑컨트롤센터장 #85년 입사해 평창올림픽까지 #30여년 연구인생 도핑에 바쳐 #“바빠서 올림픽경기 보지도 못해”

보안이 삼엄하다. 올림픽 기간에 어떻게 지냈나.
“선수촌이 개촌한 2월 1일부터 숨돌릴 틈 없이 바빴다. 올림픽 기간 동안 3149건의 소변 또는 혈액을 테스트해야 했다. 보통 검사에는 1주일가량 걸리지만, 올림픽 때는 24시간 안에 해야 한다. 이 때문에 160명이 넘는 DCC 직원들이 24시간 3교대로 근무해야 했다. 보안 때문에 근무 중 밖으로 나갈 수 없어 식사도 DCC 내 임시식당을 마련해서 해결했다. 올림픽의 한가운데 있었지만, 정작 나와 우리 직원들은 올림픽 경기 하나 제대로 본 게 없을 정도로 바빴다.”
88올림픽 당시 도핑 적발로 금메달을 박탈 당했던 캐나다 육상선수 벤 존슨. [중앙포토]

88올림픽 당시 도핑 적발로 금메달을 박탈 당했던 캐나다 육상선수 벤 존슨.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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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88올림픽 당시 벤 존슨 도핑을 밝혀낸 이로 유명하다.
“얼굴을 보고 나서야 벤 존슨인 줄 알았다.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아쉬워했다. 벤 존슨이 복용한 건 스타나졸이라는 스테이로드 계열 약물이었다. 그는 지난해 6월 일본 NHK방송에 출연해 ‘코치와 의논해서 기록 경신을 위해 스타나졸을 먹었다’고 털어놨다.”
KIST 도핑컨트롤센터의 연구원들이 선수들의 소변·혈액 샘플을 검사하고 있다. [사진 KIST]

KIST 도핑컨트롤센터의 연구원들이 선수들의 소변·혈액 샘플을 검사하고 있다. [사진 KIST]

소치 겨울올림픽 때도 그렇지만 이번에도 도핑에 적발된 세 명 중 두 명이 러시아 출신이다. 러시아는 왜 그랬을까.
“모르겠지만, 1970~80대 이데올로기 경쟁이 심하던 시절 공산권에서는 국제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전통적으로 도핑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지난번의 경우 아마도 러시아가 주최국 입장에서 욕심을 내 치밀하게 준비한 것 같다. ”
러시아도 공인 DCC가 있을 텐데 그게 가능한가.
“국가 차원에서 했다면 가능할 수도 있지 않겠나. 하여튼 그 때문에 러시아의 DCC는 자격이 취소됐다. 전 세계 공인 DCC 랩을 관장하는 세계반도핑기구는 DCC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가혹한 테스트를 한다. 매년 세 차례 정기 테스트뿐 아니라, 국제스포츠행사가 열릴 때는 실제 소변·혈액 샘플 사이에 ‘스파이 샘플’을 끼워넣는다. 검사를 하는 쪽에서는 이게 진짜 샘플인지 스파이 샘플인지 알 길이 없다. 여기에서 하나라도 걸리면 규정에 따라 랩을 유지할 수 없다. ”
올림픽이 열리지 않을 때 DCC는 무슨 일을 하나.
“올림픽 외에 각종 국제·국내 경기가 열릴 때에도 항상 도핑 테스트를 하게 돼 있다. 또 각종 연맹에 소속된 스포츠 선수들은 경기 기간이 아니더라도 불시에 테스트를 받는다. 메달권에 있는 유명한 선수일수록 이런 감시가 심하다. 수영선수인 박태환도 그런 테스트에서 적발된 것이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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