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에 더 배려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재무부가 마련한 「88세제 개편 안」은 세수의 확보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중산층 이하 근로자의 세 부담을 경감시켜 주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개편 안의 전체적 방향과 구체적 대안은 현행 세제를 폭넓게 손질하려는 노력이 엿보이나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
사실상 정부 시안인 이 개편 안은 앞으로 몇 차례의 세제 발전 심의회의 토의 과정과 관계 부처 협의, 국회의 법개정 절차 등 여과 과정이 남아 있다.
우리는 세제 개편의 당위성, 방향에 관해서 몇차례 논한 바 있기에 정부 시안이 밝혀진 이상 그 시안의 구체적 내용에 관해 몇가지 의견을 개진하려고 한다.
가장 관심이 쓸리는 소득세법 개정에서는 근로소득세의 면세점과 교육비 공제, 장애자 공제의 폭 인상과 노인 특별 공제제 신설 등은 계속 논란되던 근로자들의 세 부담 경감을 위해 당연한 선택이다.
다만 소득세율 체제 개편에서 세율을 16단계에서 8∼10단계로 줄이면서 최저 세율은 6%로 그대로 유지하고 최고 세율은 현행 55%에서 48∼50%로 낮추려하고 있는데 이 문제는 신중히 검토되어야 한다.
최저 세율은 손 안대고 최고 세율만 인하하게 되면 저소득층은 세 부담이 여전하고 고소득층 세 부담을 줄이는 결과가 된다. 정부는 과세 대상 인구 감소로 인한 세수 결함, 고세 부담으로 인한 조세 기피의 우려 등 이유를 내세울지 모르지만 어차피 저소득자에게는 세 부담을 줄여주고 고 소득자는 더 세금을 부담케 하려는 전체 세제 개편 취지를 살려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만일 시안대로 고집한다면 세율 체제 개편에서 중산층 이하 저소득에 대해서는 세율을 대폭 낮추도록 배려해야 된다.
상속세, 증여세에서도 똑같은 논지를 펼 수 있다. 세율 구조의 축소 조정은 이해가 되지만 최고 세율을 상속세는 60%에서 50%로, 증여세는 67%에서 55%로 낮추는 것으로 되어 있다.
최고 세율을 인하함으로써 성실 납부를 유도하려는 계산일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계산이 적중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고 선진국과 비교하여 부진한 증여세, 상속세의 과세 강화가 계속 문제가 되어 있는 점이 감안되어야 한다.
주택 상속 공제액을 6천만원에서 7천만원으로 1천만원 상향조정했으나 집 값이 엄청나게 뛴 실정을 감안하여 현실에 맞는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
부동산 양도소득세에 관해서는 투기 억제를 위해 과세를 강화키로 한 것은 적절한 방향이지만 구체안 선택은 신중해야 할 것이다. 과세 강화로 투기가 억제 될 수 있을지 의문이고 부동산 값만 올려놓는 결과가 초래될지도 모른다. 시안에는 양도 차익에 따라 5단계로 나누어 40∼60%의 누진 세율을 제시하고 있는데 계속 광범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정부에서 한때 검토한바 있는 부가가치세의 세율 인상을 안 하기로 한 것은 세수 확보가 문제지만 물가측면에서 볼 때 합리적 판단이다.
비영리 법인에 대한 이자소득,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해서는 과세키로 했으나 종교 단체의 이자 소득에 비과세키로 한 것은 조세 정책의 문제를 계속 야기할 것이다.
문제의 실명제와 이자, 배당 소득의 종합 과세는 91∼92년 시행으로 시안은 잡고 있으나 시행 시기를 빠른 쪽으로 잡는 것이 옳다고 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