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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여 계열사 중 왜 글로비스·현대오토넷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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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글로비스㈜는 현대차 그룹 정몽구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대주주(지분 31.88%)다. 정몽구 회장은 28.12%를 보유해 두 사람의 지분은 60%에 이른다. 2001년 2월 현대차의 탁송을 담당하는 사업부를 분사해 만들었다. 설립 자본금은 12억5300만원이었다. 설립 이후 현대차그룹의 자동차 관련 물류를 독점하면서 초고속으로 성장했다. 4년 만에 1조5000여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가 됐다. 대부분 현대차그룹이 밀어준 매출이다. 정 사장은 2004년 11월 자신의 지분 중 25%를 노르웨이 해운사인 빌헴슨사에 1000여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정 사장은 그 다음해 1월 기아차 지분 1%(약 636억원)를 샀다. 그래서 재계 일각에선 기아차 지분을 늘리기 위해 글로비스 지분을 판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글로비스는 지난해 12월 26일 주식시장에 상장됐다. 상장 이후 연일 주가가 올랐다. 올 1월에는 시가 총액이 한때 1조원에 육박했다. 정 회장과 정 사장은 각각 수천억원대 장부상 평가 차액을 얻었다. 글로비스는 정몽구 회장의 재무담당 핵심 참모인 이주은 사장이 맡아 회사를 키웠다.

참여연대는 "정 사장이 글로비스 상장으로 얻은 차익은 부당 이득"이라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정몽구.의선 부자가 글로비스를 설립한 것은 특수 관계인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현대차가 얻을 이익을 가로챘다는 주장이었다. 회사 자산을 지배 주주가 사유화했다는 것이 참여연대의 지적이었다. 지난해에는 물류를 담당하는 일부 대리점과 지입 트럭기사들이 '글로비스가 부당하게 단가를 깎는다'며 공정거래위에 신고하기도 했다.

현대오토넷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자제어회로.내비게이션.오디오 등을 만든다. 2000년 2월 옛 현대전자에서 전장사업부가 분사해 탄생했다. 지난해 매출은 8072억원, 순이익은 636억원이다. 현대차가 전장품 구매를 늘리고 있어 매년 매출 성장률이 20%에 달할 정도로 알토란 같은 회사다.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현재 현대오토넷 지분이 전혀 없지만 이 회사와 관련이 많다.

현대차는 지난해 7월 독일의 전자회사인 지멘스와 컨소시엄(51 대 49)을 구성해 현대오토넷을 인수했다. 두 달 뒤 정 사장은 자신이 보유한 본텍 지분 전부(30%.60만 주)를 지멘스에 팔았다. 매각 차액만 500억원이 넘었다. 나머지 본텍 지분은 글로비스(30%)와 기아차(39.7%)가 보유하고 있었다. 현대오토넷은 그해 11월 기아차에 오디오를 납품해온 본텍을 합병했다. 현대오토넷은 본텍의 주당 가치(액면가 5000원)를 23만3500원으로 평가했다. 이 덕분에 정 사장이 대주주인 글로비스는 성장성 높은 현대오토넷의 지분 6.7%를 저절로 취득했다. 이런 복잡한 지분 변동 과정을 현대차의 재무.기획팀이 짰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현대정공 출신의 재무전문가인 이일장(현 현대차 전무) 전 사장이 지난해부터 오토넷 대표를 맡아 이를 지휘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 사장은 지난달 현대차 전무로 복귀했다. 본텍은 2002년 현대모비스와 합병을 시도하다 무산되기도 했다. 정 사장의 몫을 챙겨주기 위한 무리한 합병이라는 여론 때문이었다.

김태진.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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