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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체포된 이주은 글로비스 사장은 정몽구 회장이 아끼는 재무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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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주은 글로비스 사장

긴급체포돼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이주은(61) 글로비스 사장은 정몽구 회장이 아끼는 경리 전문가다.

이 사장은 선린상고, 광주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74년 정몽구 회장(당시 사장)이 맡고 있던 현대차써비스에 입사했다. 현대그룹 계열사 중 작은 회사였던 현대차써비스에서 경리 업무를 꼼꼼히 챙기면서 정 회장의 눈에 들었다. 91년 재무담당 이사로 승진했고, 지금까지 30년간 줄곧 경리 업무만 맡았다. 2000년에는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부사장을 잠시 맡기도 했다.

◆ 이 사장은 글로비스 상장 주역=이 사장은 2001년 3월 글로비스의 전신인 한국로지텍 대표이사에 임명됐다. 이 사장은 자본금 12억5300만원으로 시작한 글로비스를 매년 두 배 이상 키웠다. 정 회장의 신임을 바탕으로 현대차그룹의 물량을 모두 쓸어 담았기 때문이다. 창업 4년 만에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글로비스 주가는 지난해 말 상장 직후 1주일 동안 급등했다.

정의선 사장이 대주주인 데다 앞으로도 현대차의 지원이 확실해 성장성과 수익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글로비스 본사는 현대차 본사가 있는 양재동 빌딩이나 계열사가 모여있는 강남이 아니라 현대차써비스의 모태였던 서울 원효로의 현대차 정비공장 건물에 있다. 현대차써비스 시절 정 회장과 이 사장이 현대차 경영을 꿈꿔온 그 자리다. 글로비스 사세가 커지면서 현대차 그룹 내 이 사장의 위상도 함께 올랐다.

현대차의 신차 발표회장에선 이 사장이 항상 현대차 사장단의 주목을 받았다. 다른 사장들이 정 회장의 근황을 듣기 위해 그의 주변에 모였던 것이다. 물론 정의선 사장과도 막역하게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그는 올해 초 정 회장과 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글로비스 상장을 무사히 끝낸 공로를 칭찬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김재록씨와 현대차 인맥=김씨와 현대차 경영진의 관계는 2000년 본격화됐다. 그해 현대그룹에서 형제간에 경영권 분쟁이 터지면서 김씨는 현대차를 이끌고 있던 정몽구 회장 쪽에 섰다. 아서 앤더슨 한국지사장으로서 당시 현대차 경영진에게 언론 및 정부에 대한 로비를 컨설팅한 것이다. 아서 앤더슨 전 임원에 따르면 김씨는 현대차의 재무통이 아닌 기획통과 주로 만났다고 한다. 그는 상황을 정확히 분석하는 판단력과 유려한 말솜씨로 경영진의 호감을 샀다. 물론 정몽구 회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한다. 당시 정 회장은 "우리(현대차그룹) 경영진 가운데 김재록만 한 머리를 가진 사람이 없다"는 칭찬을 할 정도였다고 한 임원은 전한다. 김씨는 2000년 당시 현대차 고위 임원들과 가까이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사장과는 고향 선후배로 막역한 사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사석에서도 정 회장의 이야기를 일절 꺼내지 않고 철저히 보안을 지키면서 현대차 경영진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김태진.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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