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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유증 삭이며 재기에 안간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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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2대 국회 임기가 29일 밤12시로 끝난다.
13대 총선에서 낙천·낙선한 여야 의원들이 후유증이 가라앉으면서 서서히 재기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사무실을 낸 의원도 있고 소일거리나 생계수단을 강구해 전업한 의원들도 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야당의원들은 거의가 재기의 의욕을 보이고 있는데 반해 여당의원 중에는 정치에 대한 환멸을 토로하는 이도 적지 않다.

<민정당>
공천에서 탈락해 파문을 일으켰던 민정당의 두거물 권익현·권정달 의원은 각기 개인사무실을 운영하며 앞날을 구상중.
마포 삼창빌딩에 있는 권익현의원의 28평 짜리 사무실에는 이상익·김숙현·박경석 의원등 한일의원연맹에 관계했던 이들과 박권흠 의원등이 자주 얼굴을 나타낸다.
낙천후 한국대표단을 이끌고 IPU(국제의회연맹)총회에 다녀온 권정달 의원은 여의도 보건회관에 있는 15평 짜리 사무실로 출근해 방문객을 맞으며 소일.
전두환 전대통령의 동서인 김상구의원은 공천탈락 후 지방으로 잠적, 일체 외부와의 접촉을 끊었다. 국회교체위원장 승용차도 즉시 반납했고 장학회장직도 내놓았다.
금배지를 떼게 된 의원들의 첫 번째 고민은 「활동공간」을 마련하는 것. 주머니가 넉넉한 이들은 시내에 개인사무실을 차렸는데 국회의사당이 가까운 여의도·마포 등이 인기.
봉두완·유흥수(이상 마포), 장성만(여의도), 김식(강남), 강창희(서교동)의원, 허삼수씨(염천교)등이 사무실을 오픈.
특히 전남도지부위원장을 맡은 김식의원의 사무실은 모두 원외가 되어버린 광주·전남지구당위원장들의 연락소 역할을 하고 있다.
고건 전북도지부위원장을 비롯한 14명의 전북팀은 마포에 「전북지역개발협의회」란 간판을 내걸고 공동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매월 첫째·세째 수요일에 정기모임.
낙천및 낙선의원들은 「일감」을 찾느라 분주한데 화려한 경력들에도 불구, 그럴듯한 생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낙천한 김숙현·나석호·유상호의원등과 낙선한 차수명 전특허청장은 변호사개업중인데 김의원은 한일친선협회 부회장직도 계속 맡을 예정.
유흥수의원은 낙선후 프로축구위원회회장직 사표를 냈으나 이사회가 최근 『금배지보고 시킨 것이 아니다』며 반려해 기운을 얻었고 고귀남의원은 장애자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서 대회준비에 전력.
이찬위의원은 자신이 설립한 한국노동문제연구원이사장으로 있고 이영일의원은 월간「엔터프라이즈」사부설 한국경제사회연구소 고문으로 활동중. 배성동의원은 당사회개발연구소 소장직을 맡고 있다.
이밖에 「봉급받는」자리는 아니지만 이상재의원은 전직국회의원·사무처요원 6백50여명으로 구성된 민정동지회를 이끌고 있고 이종률 전정무장관은 이영호 전체육부장관이 운영하는 연구소에 나가 자문역을 맡고 있다.
원외에 대한 배려로 비중 있는 당직을 건진 이들은 김정례(상임고문) 윤기현(중앙위의장) 구룡상(사무2차장) 취수철(국책평가위원장) 이상의(국조위정책연구실장)의원 등이고 이밖에 허청일(윤리위원장) 이세기(평화통일위원장) 조남조·유흥수·유경현(국조위비상임위원)의원등.
당직은 맡지 않았지만 봉두완의원은 앞으로도 대미외교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개인적으로는 가톨릭관계 일을 맡고 있다.
정계 첫 진출에 매운 맛을 본 허삼수씨는 사무실을 중심으로 비선후원조직을 다져가며 후일에 대비. 정재철의원은 동국대 동창회장을 맡아 바쁘다.
낙선쇼크에서 벗어나기 위한 기분전환의 방법도 다양한데 해외여행이 그중 인기.
장성만·곽정출·천영성·김종호(전건설장관)·양창식 의원등이 바깥바람을 쐬러 나섰다.
박경석의원은 신문기자 시절에 썼던 칼럼등을 모아 책을 퍼낼 구상이고 특히 호남에서 가장 선전했던 조남조의원을 비롯, 조기상·정시채의원등 호남출신들은 지역감정의 악조건에도 불구, 재기의 의욕을 다지고 있다. 제주출신의 현경대의원은 당법령개선 특위간사로 다시 활약하고 있는데 MB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지역활동에도 분주. 그밖에 권영우·이봉모·조상내의원등은 사업에 몰두하고있고 최창규의원은 대학강의로 분주. 「돈봉투」사건으로 물의를 빚었던 권중동의원은 칩거상태.

<야권>
「물을 잃은 고기같은 심정」(김수한민주)이지만 낙선을 「병가지상사」(김태룡민주)에 비유, 충걱을 삭이면서 대부분이 패인분석과 「여소야대의 정국을 조망증」(허경구·무소속)인 상태.
중진급일수록 변화무쌍한 정치의 쓴맛 단맛을 본 탓인지 회복 속도가 빠르며 나름대로의 근거를 찾고 있다. 민주당의 권오태·김수한·송원영·김현규·박일 의원등은 부총재·정무위원등으로 당내활동을 계속중. 김현규의원은 총선후 전당대회에서 부총재로 선출되어 당내위치는 격상됐는데 『12대 낙선의원들끼리 서로의 연락을 위해 마지막 세비에서 공제, 사무실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
평민당의 이룡배의원은 당무지도위 의장으로 활약. 공화당의 최재구 부총재는 지자제특위위원장을 맡고 국민당 입당파와 김종필총재 친위사단과의 결속도모에도 일익을 담당.
안동선(평민), 김태룡(민주), 조용직(공화) 의원등 대변인출신 낙선자는 강한 재기의지를 보여 안·김의원은 당회의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으며 조의원은 원외대변인이란 직함을 얻어 김종필총재 측근위치를 고수.
무소속 홍사덕의원은 무역전시관옆 선거사무실을 개인사무실로 계속 유지하고 있으며 의정활동을 정리한 책을 낼 예정. 허경구의원은 국제정치연구소 개인사무실을 지키고 있으며 장기욱의원은 일단 변호사업무로 복귀.
12대에 들어와 군소정당 거물로 밀린 유치송 전민한당총재는 민한당 등록취소에 따라 사무실을 폐쇄하고 KBS별관 옆에 「민한구락부」라는 사무실을 개설, 『특별히 할 일이 없다』고 하지만 오전에 사무실을 꼭 들르며 구신민·민한출신 의원들과 소일.
이만섭 전국민당총재는 측근들에게도 자신의 미래구상을 들려주지 않은 채 현재 아들이 유학중인 시카고로 여행중.
이철승의원은 매일 청진동 한국정책연구회사무실로 출근하며 내각제소신을 여전히 강조.
총선전 정계를 은퇴한 이민우 전신민당총재는 주로 집에서 소일. 가끔 김원만·정헌주 씨등 구신민당 원로와 골프를 치고 서울호텔 사우나에서 매일 특유의 건강목욕을 하고 있다.
조연하 전국회부의장은 『그야말로 무위도식이지만 정치를 할 여건이 되면 돌아오겠다』고 다짐. 고재청 전국회부의장은 사람접촉을 가급적 피하고 있다.

<박보균·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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