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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기자회견 취소하고 향후 사법절차 대비하는 듯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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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8일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성폭행 의혹 폭로 4일째인 이날 오후 3시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었지만 약 2시간 전에 취소했다. 오후 12시 50분쯤 신형철 전 충남지사 비서실장이 안 전 지사의 입장문을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전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기자회견을 취소했다는 소식을 8일 오후 충남도 한준섭 공보관이 알리고 있다. [연합뉴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기자회견을 취소했다는 소식을 8일 오후 충남도 한준섭 공보관이 알리고 있다. [연합뉴스]

안 전 지사는 “검찰에 출석하기 전에 국민 여러분, 충남도민 여러분 앞에서 머리 숙여 사죄드리고자 했습니다. 모든 분들이 신속한 검찰수사를 촉구하는 상황에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검찰에 출석해 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하는 것이 국민 앞에 속죄드리는 우선적 의무라는 판단에 따라 기자회견을 취소하기로 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거듭 사죄드립니다. 검찰은 한시라도 빨리 저를 소환해주십시오. 성실하게 임하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연합뉴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연합뉴스]

안 전 지사가 회견을 취소한 것은 전날 성폭행 의혹이 추가로 제기된 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는 지난 5일 정무비서였던 김지은(33)씨가 성폭행 의혹을 처음 폭로하자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를 하고 잠적했다. 도청에 있던 측근 중 상당수도 사표를 제출한 뒤 안 전 지사와 연락을 끊었다. 그러다 7일 신 전 비서실장을 통해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일부 측근과 변호인 선임 등을 논의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7일 오후 지난해 대선 경선 때 싱크탱크에서 일하던 여직원을 성폭행했다는 추가 의혹이 보도되자 다시 기류가 바뀌었다고 한다. 안 전 지사 주변 인사들이 “기자회견을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고 만류했다고 한다. 안 전 지사 측의 한 관계자는 “사과를 해도 국민에게는 변명으로만 비치고 오히려 더 추악한 이미지만 부각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대선 주자로 분류됐던 그가 ‘미투 폭로’와 관련해 자주 언론에 등장하는 것 자체가 당 지지율에 부담이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고 한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추가 성폭행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싱크탱크 사무실. [중앙포토]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추가 성폭행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싱크탱크 사무실. [중앙포토]

안 전 지사가 향후 사법 절차에 대비하기 시작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최초의 해명에서는 피해자 김지은씨에 대한 사과가 있었지만 이번 입장문에는 국민과 도민에 대한 사죄 입장만 밝혔다는 점에서다. 피해 여성들의 성폭행 주장을 순순히 인정하기보다 잘잘못을 검찰의 객관적이고 법률적인 판단에 맡기기로 한 것으로 풀이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날 입장문에 ‘우선적 의무’,‘한시라도 빨리 소환하라’ 등의 표현이 쓰인 것도 그런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추가 피해가 보도되기 전인 7일 오전 6시쯤엔 해당 여성이 근무한 싱크탱크 사무실에서 안 전 지사와 관련된 서적·자료들이 1톤 트럭에 실려 옮겨지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때문에 안 전 지사 측이 추가 보도에 대응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충남도청에는 전날 오후부터 수십명의 취재진과 카메라가 자리를 잡고 기다렸다. 취재진이 몰리자 도청 측은 기자회견 장소를 브리핑룸에서 로비로 옮기기도 했다. 안 전 지사는 ‘도민과 국민께 사죄한다’는 내용의 원고를 1~2분가량 읽고, 심경과 향후 일정 등에 대한 질문은 받지 않고 도청을 떠날 계획이었다고 한다. 경찰은 회견장에 지지 및 반대 세력의 충돌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4개 중대 300여 명 규모의 경찰력을 배치하기도 했다. 도청 관계자는 “늦었지만 안 지사가 도민 앞에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잘못을 사죄하길 바랬다”며 “회견취소는 8년간 그를 도운 4700여 명의 공직자와 210만 도민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승현·하준호 기자, 홍성=신진호 기자
s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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