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향 옳게 잡은 '勞使 선진화 방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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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노동부가 어제 공개한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은 사용자의 대항권을 강화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노사관계를 국제 기준에 맞게 고쳐나가자는 것처럼 우리 앞에 절실한 과제는 없다. '파업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노사관계가 불안정하고 노동시장이 경직돼서야 투자도 안되고 국제경쟁력도 생기지 않는다.

이 방안에 따르면 사용자는 합법이든 불법이든 파업이 벌어지면 직장을 폐쇄할 수 있고, 공익사업장에서는 파업 때 대체근로자를 투입할 수 있게 된다. 파업의 남발과 이로 인한 재산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대기업 노조의 줄파업이 연례행사로 벌어지고, 사용자가 노조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사용자의 대항권 확보는 당연하고도 불가피한 조치다.

노동시장 유연화도 마찬가지다. 이번 방안에는 경영상 어려움에 처한 사용자가 임금을 줄이고 복지를 제한하겠다고 할 때 근로자가 이를 거부하면 근로계약을 해지하는 제도가 담겨 있다.

정리해고 때 노조와 협의기간도 현행 60일에서 해고 규모와 비율에 따라 줄이는 문제도 검토된다고 한다. 급변하는 산업구조와 경영환경을 감안해 마땅히 전향적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노동계에서는 이번 방안이 직장폐쇄, 정리해고 요건 완화,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완화 등 일방적으로 사용자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근로자 고용승계에 대한 명문규정을 만들고, 병원 등 필수공익사업장에 대한 직권중재제도를 없애 파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노동권 강화 조항도 다수 포함돼 있다. 전체적으로 노사 간의 균형을 맞추면서 진일보한 제안이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이 방안은 앞으로 노사정위원회의 논의와 국회 입법과정을 남겨두고 있지만 노동계의 반발과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눈치보기로 입법이 무산될 수도 있다. 노사관계 선진화는 국가의 명운이 걸린 절박한 과제니만큼 국익을 최우선에 놓고,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는 노사관계를 만들어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