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산불, 앞으로 보름이 고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산림청 헬기가 26일 오전 경북 포항시 금장리에서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뉴시스]

26일 오후 1시30분쯤 강원도 삼척시 상공. 산림청 헬기 한 대가 시내 전역을 돌며 "산에 라이터를 가져가지 맙시다" 등의 내용으로 산불 예방 계도 방송을 하고 있었다. 이곳은 2000년 4월 발생한 대형 산불로 1만6000여㏊의 산림과 80여 채의 주택이 탄 곳이다.

같은 시각 강릉시 남항진동 산림항공관리소 강릉지소 계류장에는 초대형 헬기 한 대를 포함한 산불 진압 헬기 네 대가 비상 대기하고 있었다. 전국에 산불 비상이 걸렸다. 산림청은 25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를 '산불방지 총력 대응기간'으로 정했다.

◆ 산불 피해 사망도=26일 오전 11시30분쯤 전남 보성군 벌교읍 제석산 인근 묘지에서 난 불을 끄던 김모(77)씨가 숨졌다. 이에 앞서 25일 오후 3시40분쯤 경북 포항시 흥해읍 월포해수욕장 인근 야산에서 불이 발생, 임야 5㏊를 태우고 26일 오전 9시30분쯤 진화됐다. 이날 불로 주민 대피령이 내려져 37가구 93명이 마을회관으로 대피,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산림청에 따르면 25일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총 26건(피해면적 26.9㏊)이었다. 하루 발생 건수로는 올 들어 최고치인 것은 물론 지난해 최고 기록일(4월 4일.22건)보다 많다. 26일에도 21건의 산불이 났다.

◆ '마(魔)의 3주말'이 고비=산림청은 예년에 대형 산불이 식목일에 주로 났으나 올해는 다음달 10일까지 주말에 잦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식목일이 올해부터 공휴일에서 제외되면서 청명(4월 5일)과 한식(4월 6일)을 전후한 주말에 성묘객 등의 입산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음달 9일까지 매주 토.일요일 국장급 이상 간부들이 헬기를 타고 전국을 돌면서 계도 방송을 하고 산불도 감시하는 '공중 산불대책본부'를 운영한다.

대형 산불 발생 위험성이 높은 강릉.속초.삼척 등 강원 동해안 지역에는 초대형 헬기 두 대를 포함, 총 11대의 진화용 헬기를 전진 배치하고 전국의 산불 감시 인력을 6000여 명에서 9260여 명으로 늘렸다. 산림 경계 100m 이내에서 불을 피우다 적발되는 사람은 무조건 형사 입건하는 것과 함께 과태료를 최고 100만원까지 물리기로 했다.

◆ "선거 있는 짝수 해 조심"=산림청은 선거가 있는 짝수 해에 유난히 산불이 자주 발생한 점을 감안, 지방선거가 있는 올해 특히 긴장하고 있다. 건국 이후 최대 피해를 기록한 동해안 산불(2000년 4월 7~15일.피해면적 2만3794ha)을 비롯해 ▶강원도 고성(1996년 4월 23일)▶강릉(98년 3월 29일.3762ha )▶충남 청양.예산(2002년 4월 14~15일.3095ha) 산불 등이 모두 선거가 있는 해에 발생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선거가 있는 해에는 사회적 분위기가 느슨해지면서 대형 산불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준호.이찬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