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비서 성폭행 폭로에 사죄했던 안희정… 두번째 폭로엔 침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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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53) 전 충남도지사가 추가 성폭행 의혹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정무비서 김지은씨의 첫 번째 성폭행 폭로가 나온 뒤 불과 몇 시간 만에 입장을 내놓은 것과는 상반된 것이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재직 당시 겨울방학을 이용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들과 셀프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충남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재직 당시 겨울방학을 이용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들과 셀프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충남도]

JTBC는 지난 7일 안 전 지사의 싱크탱크인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더연) 여직원 A씨가 “지난해 1월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고 보도했다.

安, 지난 6일 페이스북 통해 '김지은씨에게 죄송' 밝혀 #더연 여직원 성폭행 주장엔 반응없어… 기자회견 주목

A씨는 지난해 1월 18일 새벽 안 전 지사가 ‘여의도에 있는 한 호텔에 와달라’고 요구한 뒤 호텔 방에 들어가자마자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날은 안 전 지사가 대선후보 초청 강연회에 참석한 날이었다.

8일 오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기자회견장이 마련된 충남도청 1층 로비에서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8일 오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기자회견장이 마련된 충남도청 1층 로비에서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성폭행은 지난해만이 아니었다고 A씨는 주장했다. 그는 “2015년 충남의 한 행사 뒤풀이에서 안 전 지사가 오른손으로 허리를 꼬집는 등 성추행했고 다음 날 서울에서도 추행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6년 7월에는 안 전 지사가 충남 논산의 한 종교시설에서 성폭행을 시도했고 이후 2016년 8월과 12월, 지난해 1월까지 세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자신의 정무비서와 싱크탱크 연구소 여직원을 성폭행한 의혹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사진 충남도]

자신의 정무비서와 싱크탱크 연구소 여직원을 성폭행한 의혹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사진 충남도]

A씨는 “앞서 김지은씨 인터뷰를 본 후 충격을 받아 피해 사실을 공개한다”고 말했다. 그 역시 변호인단을 꾸려 안 전 지사를 고소할 계획이다. 안 전 지사가 “내 지위가 버겁다”고 하소연하거나 “맥주를 사 오라”며 호텔로 불러내 성폭행을 시도한 방식이 김씨의 증언과 비슷했다고 한다.

더연 여직원의 추가 폭로 이후 안희정 전 지사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추가 피해자는 없을 것”이라는 측근들의 주장이 불과 하루도 되지 않아 뒤집히자 내부에서도 혼란에 빠졌다고 한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여직원이 근무하는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사진 더연 페이스북]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여직원이 근무하는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사진 더연 페이스북]

안 전 지사는 정무비서 김씨가 지난 5일 밤 JTBC를 통해 “안 전 지사로부터 4차례 걸쳐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자 4시간여 만인 6일 오전 0시50분쯤 안 전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도지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 전 지사는 당시 페이스북을 통해 ‘모든 분께 정말 죄송합니다. 무엇보다 저로 인해 고통을 받았을 김지은씨에게 정말 죄송합니다. 저의 어리석은 행동에 대해 용서를 구합니다.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입니다. 모두 다 제 잘못입니다. 오늘부로 도지사직을 내려놓겠습니다. 일체의 정치 활동도 중단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모든 분들께 정말 죄송합니다. 안희정 올림’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8일 오전 충남 홍성 충남도지사 관사에서 취재진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기다리고 있다. 신진호 기자

8일 오전 충남 홍성 충남도지사 관사에서 취재진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기다리고 있다. 신진호 기자

안 전 지사 주변에서는 8일 오후 3시 충남도청에서 갖는 기자회견 때 한꺼번에 설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부 측근들은 “기자회견이 의미가 없다”며 취소를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충남도 고위 관계자는 “추가 피해자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던 도청 직원들이 두 번째 폭로를 접하고 충격이 작지 않았다”며 “기자회견에서 어떤 형식으로든 피해자와 도민들에 대한 진정한 사죄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성=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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