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의 금융개편안 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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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은행이 이번에 발표한 금융산업개편안은 1, 2금융권간의 불합리한 금리체계와 금융기관간 복잡하게 얽혀있는 업무영역에 대해 중앙은행으로서 최초로 공식적인 의견을 내놓았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또 재무부가 일전에 내놓은 개편안이 금융산업개편과 관련, 문제제기만 했던것과는 달리 한은의 개편안은 구체적인 방향까지 제시하고 있어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은은 특히 금융기관간의 업무영역조정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은행예금보다 높은 이자가 지급되고 있는 제2금융권의 불합리한 금리체계의 조정이 시급하다고 밝혀 멀지않아 금리인하조치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금리가 낮춰질 상품으로는 단자사의 자체발행어음, 상호신용금고의 정기부금예수금, 증권사 및 체신관서의 환매채등 주로 6개월미만의 단기수신상품이 거론됐다.
이들 상품의 금리는 은행의 유사상품에 비해 2배안팎으로 높아 제2금융권의 비대화라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낳았으며, 극단적으로는 기업이 은행에서 빈 돈을 제2금융권의 이들 고리상품에 넣어 그 차익을 따먹는 병폐를 유발했기 때문에 조만간 대수술이 가해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 정책목적으로 실시, 높은 이자가 지급됨에 따라 은행수지를 압박하고 있는 가계종합예금·저축예금등의 금리도 인하조정되어야 하며 자유저축예금은 아예 폐지해야할 것으로 지적됐다.
금리문제에 대한 한은의 생각은 단계적 자유화라는 점에서 재무부의 생각과 큰차가 없으나 일부 수신금리의 인하도 주장함으로써 은행의 수지보전에 적잖은 배려를 한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산업개편의 가장 큰 쟁점이 되고있는 금융기관간 업무영역조정에 있어서는 기관별 고유업무를 강화하는 한편 상호중복되고 있는 업무는 정비해 나간다는 입장을 보여 전업주의를 표방하고있다. 그예로 현재 은행이 취급하고 있는 상호부금업무를 국민은행을 제외하고 모두 폐지, 상호신용금고에서 전담케 하며 기업금전신탁도 폐지, 투신 및 단자사에서 전담토록 했다.
일반은행의 경영자율화를 위해서는 임원인사를 전적으로 주주총회에 일임하며 여신운용에 대해서는 금지업종만을 선정, 규제를 최소화 한다는 안을 내놓았다.
또 그동안 논란이 되어왔던 시중은행의 대주주 지분한도에 대해서는 아직도 자금의 초과수요현상이 현저하다고 판단, 대주주의 은행경영지배를 막아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단 주식보유비율을 지나치게 제한하여 경영주도세력이 형성안돼 주총에서 임원을 뽑지못할 경우에는 현행 확대이사회를 상임이사회와 독립적인 의결기구로 개편, 주주총회에 대한 임원선임추천권을 부여하는 대안을 제시한다.
특수은행에 대해서는 정부의 단계적 민영화안에 동조하면서 은행별 진로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한다.
우선 정책금융은 기존산업은행과 중소기업은행이 담당하던 것을 산업금고를 신설, 창구의 일원화를 기해야할 것으로 제안했다.
주택은행은 당분간 현체제를 유지하되 주택은행법을 사업법으로 개편하며, 나머지 특수은행들은 자체특별법을 폐지, 모두 은행법의 적용을 받도록 했다.
단 중소기은과 국민은행은 민영화되더라도 중소기업과 서민금융에 치중하도록 했으나 정책적배려가 주어지지 않고는 실행에 어려움이 따를것으로 보인다.
이에대한 보완조치로 한은은 민간신용보증회사를 신설하고 기존의 신용보증기금을 확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중소기업은행등이 민영화될 경우 신용과 담보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이 은행돈 빌어쓰기가 지금보다 훨씬 어려워질 것을 예상한것이다.
한국은행은 이번 작업을 위해 올초부터 그간 학계·KDI·정부측에서 나온 각종보고서를 토대로 했으며, 최근에는 단자·투신등 업계관계자들로부터 직접 의견을 듣는 자리까지 가졌다고 한다.
이러한 한은의 견해가 정부가 추진중인 금융산업개편안에 얼마나 반영될 지는 아직은 더 두고 봐야 할일이나 대체로 원칙론과 현실성이 감안된 내용인것으로 평가할만 하다. <심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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